“한국은행이 중앙은행이기를 포기했다.”
7일 전철환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이달중 콜금리를 지난 8월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자 젊은 한은 직원은 자조적으로 이같이 말했다. 한은이 본연의 기능을 접어두고 재정경제부 등에 ‘휘둘렸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지속적인 경기 상승세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은내부는 물론 민간 경제연구소 등은 이달 콜금리의 인상을 내다봤으며 이를 타당성 있다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결과는 뒤집어졌다.
이는 경제정책의 통일성을 추구한다는 무소불위의 재정경제부와 제 목소리를 못내고 이를 수용한 한은의 ‘순치(馴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진념 재경부장관은 지난 8월 24일 한 모임에서 “금리조정은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최근 경기상승세가 꺾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금리를 내리는 정책이 필요한 데 현시점에서 반드시 콜금리를 올려야 하는지를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통위 회의를 하루 앞둔 6일에도 진장관은 또 “현상황에서 금리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명백한 월권이다. 법률상 금리에 대해 결정할 권한이 있는 금통위를 놔두고 진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도 아닌 공식적인 발언으로 이에 대해 왈가왈부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같이 일관된 진장관의 말에 대해 한은도 책임이 있다. 이날 오전 전 총재는 진장관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만나 금리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진 장관과 이위원장은 금리인상이 시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이에 대해 전 총재는 이같은 의견을 적극 반영,금통위에서 결정할 것임을 내비쳤다. 금통위 의장이자 중앙은행 총재로서는 할 얘기는 아니었다.
이렇게 보면 재경부,금감위,한은이 법률상 구분돼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차라리 ‘경제금융감독은행’과 같은 이름으로 한 기구로 통합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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