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배럴당 35달러를 넘어서면서 우리경제가 백척간두의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물가 성장 국제수지 환율 등 각종 경제지표 등이 우리 경제에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는 지금 엎친데 덥친격이다.
8일 발표한 정부대책마저 알맹이가 없자 이미 산업현장에서는 제3의 오일쇼크의 징후가 아니냐는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유가가 이미 우리산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선을 넘어선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2000년 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상수지 감소효과가 올해에만 2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2001년 평균 유가가 40달러에 이를 경우 경상수지는 76.5억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보여 수출 중심의 우리 산업에 메가톤급 타격을 줄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유가가 27달러 이상에서 머물러도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이사도 “유가가 1달러 인상되면 무역수지상 연간 10억달러 손해가 난다”며 “유가가 10달러만 올라도 100억달러 손해가 나므로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 우리나라 올 무역 예상흑자 100억달러를 까먹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업계에서도 냉방기 가동 줄이기,전등 끄기,수돗물 아끼기 등 에너지 절약밖에는 별다른 대처법이 없을 것”이라며 “이제 기업들 스스로 특단의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삼성그룹은 국제유가 및 원화의 강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각 계열사들이 본격적인 고유가시대 및 환율 달러당 800원 수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고 구체적인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삼성은 연초에 사업계획을 짤 때부터 이미 하반기 이후 유가상승과 환율문제로경제사정이 악화될 것을 예상,각 계열사가 이에 맞는 준비를 하도록 해온 만큼 고수익,고부가가치 제품을 위주로 한 사업재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자동차업종의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보고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현대차는 유가가 30달러선인 경우 2001년 내수가 145만대로 줄고 33달러일 경우141만대로 줄어듦과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해 전체 수출물량이 2만∼3만대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또 자재부문에서는 부품재고 절감 및 선물에 의한 장기수급 계약을 추진하고 상용사업 부문에서는 차량 경량화를 통한 연비개선과 고수익 차종 보급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LG그룹 역시 즉각적인 에너지비용 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책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을 위주로 한 사업재편을 통해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그룹의 역량을 주력키로 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대형 가전제품과 첨단기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에 주력,고급시장을 선점하고 중동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마케팅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대한항공은 지난 20년간의 항공유 인상통계에 비춰볼 때 올해의 인상폭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계속 치솟을 경우에 대비해 유가절약안을 수립하고 있다.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를 위해 기존 항로거리를 단축하는 경제적 항로개발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위기를 느낄 정도는 아니나 폭등양상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전략의 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현 상황이 기업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생산성 향상 등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기업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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