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닥

잇단 역차별에 화난 벤처캐피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18 05:05

수정 2014.11.07 12:53



“창투사가 동네북이냐.”
코스닥침체의 주범으로 지목받아 연일 정부와 여론의 맹공을 받던 창투업계가 마침내 폭발했다. 투신,은행 등 다른 기관들은 놔두고 왜 창투사만 문제삼냐는 것이다. 업계는 코스닥 안정화 대책 등을 통해 정부가 창투사가 차별규제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왜 창투만 문제삼냐=창투업계의 반발은 대정부 건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표출됐다.

최근 업계는 지난 1일 재경부가 마련한 ‘코스닥시장 안정을 위한 시장운영 개선대책’이 창투업계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재경부에 제출했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 회장 명의로 된 이 건의서에서 업계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정책중 창투사부분을 조목조목 꼬집고 나섰다.

핵심투자자의 책임 강화를 위해 유독 창투사에 대해서만 주식매각 제한기간을 6개월(투자기간 1년 미만)로 연장한 것은 명백한 차별규정이라는 것이다. 창투사는 다른 기관투자가와 달리 회사설립단계부터 지분을 출자하는데 등록후에도 일정기간 매각을 제한받는 것은 손발을 묶어놓고 링위에 올라가 싸우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창투업계는 시장 안정을 위해 일정기간 지분매각 제한이 필요하다면 외국처럼 은행,보험,투신 등 다른 기관도 같이 묶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창투 임직원의 투자기업 주식소유 금지조치도 벤처캐피탈의 본질을 외면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투자리스크가 높은 벤처투자 특성상에서 임직원의 출자는 오히려 투자기업 선정, 향후 관리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가격에 출자하는 등 모럴해저드나 편법이 발생하면 세금을 통해 환수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또 투신사에 유리하게 돼있는 현행 공모가 산정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량을 많이 신청한 투신사가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투신사들은 싼 값에 공모받은 신주를 코스닥등록직후 대량매각했고 이것이 침체를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즉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모가 산정방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다.

벤처캐피털협회는 아울러 증권업협회와 코스닥증권시장,언론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벤처캐피털협회 한 임원은 “증권업협회와 코스닥증권이 수시로 창투사 지분매각 관련 자료를 뿌린 저의가 뭐냐”며 “투신사의 지분매각 현황은 왜 보도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임원은 이어 “투신사가 배정받은 공모물량과 프리코스닥 단계에서 지분참여한 매물의 실제 규모를 밝히고 함께 묶어야 시장 안정책이 실효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기감 고조=정부가 코스닥안정 대책을 내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민간단체인 벤처캐피털협회가 정책의 시정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 업계가 이번 조치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창투업계의 반발은 지분매각 제한과 임직원 주식취득금지 등의 조치가 자칫 창투사 생존기반을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한다.

투자재원의 50%이상을 회사설립단계에서 출자해야 하는 창투사 입장에서 지분매각제한 연장조치는 큰 부담이다. 창투사의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투신등 기관이 신규등록 종목을 팔면 창투사는 매도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투자자금의 회수가 한동안 어려워진다. 자금이 묶이면 후속 벤처투자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도미노타격을 입게된다.

또 임직원의 투자기업 주식소유 금지조치는 심사인력등 창투업계의 인력이탈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현재 창투사 임직원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기업 주식의 처리도 골칫거리. 이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일시에 매물화되면 장외시장은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다. 또 법망을 피하기 위해 주식교환 등의 편법도 성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침체 등으로 벤처산업이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정부의 차별적 규제는 벤처투자를 기피하게 만들고 결국 국가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신규등록(IPO)에 참가한 기관·개인·벤처캐피털 등 모든 투자자는 일정기간 주식매각을 금지된다. 이른바 락업(Lock Up)제도가 무차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 캐피털리스트들이 투자기업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도 미국에선 허용된다.
책임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며 오히려 권장하는 실정이다.

모증권사 법인영업부장은 “정부 증시정책의 문제점은 투신사 과보호에서 출발한다”며 “공정한 경쟁과 유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모든 기관의 지분매각을 묶는 전면적 락업제도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증권사 코스닥팀장은 “상반기중 창투사가 코스닥에서 내다 판 물량이 2조원이 넘는다”며 “창투업계가 정부의 규제를 스스로 불러들인 측면도 없지않다”고 말했다.

/ jklee@fnnews.com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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