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의 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LG화재·현대해상 등 재벌 관계 보험사들은 ‘무늬만 계열분리’됐을 뿐 실제로는 그룹으로부터 경영간섭을 계속 받고 있어 경영상태가 악화되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1개 손보사들은 7월 한 달 동안에만 직전 3달간 적자액의 3배에 이르는 1196억원의 적자를 내 2000 회계연도(2000.4∼2001.3) 들어 7월까지 누적적자가 1647억원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손보사들의 적자가 급증한 것은 주가폭락에 따른 자산운용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LG화재와 현대해상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투자에 나선 주식들이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적자폭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1999년 11월 그룹에서 분리된 LG화재는 지난 7월 한 달간 339억원의 적자를 내 4∼7월 누적적자가 무려 842억원에 달했다. 원인은 LG그룹에서 경영권 확보를 위해 사실상 주식매집을 요구한 하나로통신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 LG화재 관계자는 “말로만 계열분리됐을 뿐 여전히 그룹의 경영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 3월말 그룹차원에서 IMT-2000 관련주 매집에 나설 때도 LG화재가 앞장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해상도 마찬가지다.
7월까지 누적적자 73억원을 기록한 현대해상은 지난해 1월 현대계열사중 제일 먼저 그룹에서 분리됐다. 그럼에도 얼마전 현대그룹이 자금난을 겪을때 현대건설 광화문 사옥을 678억원을 내고 샀다. 또 지급여력비율이 마이너스 5600%에 이르는 현대생명에 60억원을 추가 출자하라는 그룹측의 압력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고객돈을 맡아 굴리는 보험사의 자산운용은 신중하고 공정해야 한다”며 “고객의 돈이 이미 계열분리된 재벌의 돈줄 역할을 하거나 그룹의 부실을 털어내는데 쓰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2000 회계연도가 시작된 올 4월부터 지난 7월까지 삼성화재만이 547억원의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10개사는 모두 적자였다. 또 보험영업에서 흑자를 낸 손보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 djhwang@fnnews.com 황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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