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린 마음으로 정치복원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21 05:06

수정 2014.11.07 12:50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의 외압 의혹을 받아 온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마침내 사퇴했다. 우리가 그의 사퇴를 중시하는 것은 그가 단순히 국무위원의 한 사람이 아니라 대북문제를 포함한 국정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해 온, 현정권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결코 가볍지 않은 최측근 인사라는 점, 그리고 그동안 ‘의심을 받고 있으나 증거가 없다’던 정부 여당의 강경 입장이 여론수렴으로 바뀌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사퇴로 모든 것이 수습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본격적인 수사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겠으나 적어도 여야의 극한대치로 실종한 정치를 복원할 수 있는 실마리는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기국회가 20여일째 공전하고 있는 동안, 여야가 가시돋친 성명전이나 벌이고 있는 동안, 야당이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는 동안, 경제는 새로운 난국을 맞고 있다. 만약 국회가, 정치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금융지주회사법을 비롯하여 추경예산,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법,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개정안 등 개혁과 민생 관련 핵심법안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고 공적자금 추가조성문제도 걸려있다. 국회의 표류로 인해 11월말로 잡았던 금융지주회사 출범이 늦어져 2차금융구조 조정의 축이 흔들리고 있으며 대우의 기업분할도 늦어져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 포기와 고유가 등으로 촉발된 현 상황은 자칫 제2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으며 불행하게도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개혁만이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그리고 위기론이 점증하고 있는 현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 그 토대가 되는 개혁관련 법안을 내팽개친 것이야 말로 스스로 정치를 방기(放棄)한 것인 동시에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 된다. 진실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박지원 장관의 사퇴를 계기로 우선 실종된 정치 복원에 나서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집권 여당은 특검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야당은 장외가 아니라 국회에서 국정을 논할 수 있는 책임의식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정치가 실종된 상황에서 고통을 참자면 누가 듣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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