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5일 경색정국 타개를 위한 김대중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전격 제의하고 민주당도 이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여야 영수회담을 통한 국회정상화의 돌파구가 열릴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일단 이 총재가 영수회담을 제의한 만큼 여권의 태도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이총재는 이날 총재단 회의에서 난마처럼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한 방안으로 영수회담 제의 의사를 밝힌 뒤 권철현 대변인을 통해 여권에 이를 공개 제의했다.
이날 개최된 의원총회에서도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한빛은행 의혹 사건과 관련한 특검제 수용 요구를 거듭 주장하고 특히 영수회담이 성사될 경우 김대통령과 이총재간의 합의 결정에 따르기로 의견을 모았다.그러나 의총에서 다수 의원들이 여권의 대여 공세 지속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조기 등원론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오는 28일 예정인 대구 집회 준비도 영수회담 준비와 함께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입장은 정기국회 파행 장기화에 따른 민주당 서영훈 대표의 대국민사과발언이 나오고, 여당에서 한빛은행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수용 움직임이 이는 상황에서 화전양면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여권의 양보를 더 얻어내겠다는 구상의 일단으로 보인다.
■청와대
김대중 대통령은 25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여야 영수회담 제의에 대해 “민주당이 판단해 건의하면 언제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총재인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영훈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당직자들로부터 주례 당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정치의 중심은 국회이며 원내 문제는원내에서 당이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민주당 박병석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법 문제와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등 3개 현안이 중진회담을 통해 타결된 뒤 영수회담 개최가 가능할 것”이라며 “영수회담이 열리면 경제현안과 남북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대변인은 “일단 당에서 영수회담을 포함해 모든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은 만큼 이미 우리가 제안한 중진회담 결과를 봐가며 영수회담 개최문제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민주당은 일단 이총재가 제안한 영수회담을 포함, 모든 정국현안을 중진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며 ‘선 중진회담’ 입장을 밝혔다.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 도중 이총재의 영수회담 제안소식을 듣고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나 우선 중진회담을 통해 모든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당내 소장파의원들도 교착정국 타개를 위한 여야 영수회담 개최를 주장해왔고 이날 일부 최고위원들도 이총재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으나 청와대 주례보고를 끝내고 선 중진회담-후 영수회담 입장을 최종확인했다.
서영훈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 회의도중 긴급기자회견을 자청, 국회 장기공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야당에 정국 쟁점현안 타결을 위한 중진회담을 거듭 제안했다.
■자민련
자민련은 국회법 문제와 ‘한빛은행불법대출 사건’ 등 대치정국의 핵심쟁점에 대한 여야의 협상 흐름이 자민련의 당론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자민련은 25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제의한 여야 영수회담에 대해 “자민련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정국을 풀기 위한 여야 협상테이블에서 ‘소외’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25일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숙원인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참석자들이 “만약 민주당이 우리 뜻을 무시하고 한나라당과 무효화에 합의할 경우 ‘공조는 끝장’이라는 사태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이러한 ‘소외감’에서 오는 위기감을 반영이다.
자민련은 그동안 국회정상화를 위한 ‘다리’역을 자임하며 특검제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하는 등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막상 정국이 풀리려는 과정에서 또다시 협상테이블에서 배제될 위기에 놓이자 “그렇게는 못하겠다”며 ‘몽니(거친 심술)’를 부리고 있는 셈이다.
/조석장 박치형 서지훈 조한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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