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냐 와이프냐 택일해!”
달밤에 골프클럽을 매고 파김치가 돼 들어오는 남편에게 앙칼진 마누라가 쇳소리를 내며 이혼서류를 내미는 만화는 그것이 단순하게 우리를 낄낄 웃게 만드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주말과부에게 시달리는 골퍼의 고민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것이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와이프도 골프를 시켜 함께 골프에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혼자 공치는 것도 지갑이 왕창왕창 축나는 판에 와이프까지 하다가는 집안 기둥뿌리 뽑히는 게 아닌가 겁나지 않는 남자는 별로 없으리라.
그러나 미국·호주·영국 등에는 동네마다 골프코스가 있고 그린피라는 것은 우리로 치면 점심값밖에 안되는 나라에서는 마누라 끌어들이는 물귀신작전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된다.
카리브해의 초미니 섬나라 바베이도스(Barbados)는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로 스페니시 천지인 이곳에서 드물게 자메이카와 함께 영어를 사용하는 흑인국가다.
아프리카에서 잡혀왔던 흑인노예 후손들이 아직도 아프리카 문화를 간직하고 있어 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이 나라 유일한 샌드래인(Sandlane)GC는 잘 다듬어진 페어웨이가 울울창창한 열대림 사이로 이어지다가 코발트색 카리브해변으로 빠져 나오는 멋진 골프코스다.
문제는 너무 덥다는 것이다.
처음 만나는 미국 부부와 또 다른 영감님과 라운드를 하게 되었는데 스타는 단연코 30대 중반의 부인 제인이다.
쇼트게임이 아직 좀 서툴러서 그렇지 스윙폼도 깨끗한데다 장타에, 골프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반면에 뚱뚱보 남편 에드먼드는 한 마디로 엉망이다.
에드먼드 왈, 주말과부 와이프를 2년 전에 골프에 끌어들였더니 자기보다 더 미쳐버려 평일날 회사에서 돌아와도 와이프가 집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언쟁이 붙어 둘 다 골프를 끊자 해도 이젠 와이프가 NO라는 것이다.
골프를 시작한 지 2년밖에 안된 와이프가 골프경력 10년도 넘는 남편을 실력으로 압도하니 남편의 자존심도 말이 아니다.
또 새로운 문제가 대두됐다.
와이프는 주말과부를 면했는데 다섯 살 난 아들이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주중에도 수없이 고아(?)가 된다는 것이다. 그 날도 푹푹 찌는 바베이도스 샌드래인 골프코스에서 부부는 경쟁적으로 골프에 열이 붙어 정신이 없는데 죄없는 어린 아들은 부모 잘못 만난 탓에 땀을 빨빨 흘리며 따라 다니는 것이다. 설상가상 “잭, 공좀 찾아봐.” 비정한 엄마는 어린 아들을 캐디로 착각한다.
남편 에드먼드의 하소연을 듣고 있던 라운드 동료 영감님이 한 마디 비꼰다.
“아들도 골프에 미치도록 만들면 되지 뭐.”
남편은 된통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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