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조주청의 지구촌 Golf라운드] 목장의 골프장…양떼가 페어웨이 ´관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17 05:13

수정 2014.11.07 12:29


시드니 앞 바다에서 떠오른 4인승 수상비행기가 역풍에 흔들리며 헌터강에 착수했다.

007에나 나옴직한 총알모터보트를 타고 상류로 30분쯤 달려 나루터에 닿자 다 떨어진 청바지에 후줄근한 작업복 남방을 입은 화이트라는 노인이 4WD를 세워놓고 빙그레 웃음으로 맞는다.

화이트 노인은 생긴 데로 흙먼지를 날리며 거칠게 차를 몰아 마침내 Belltrees목장 경내로 들어왔다.

“저기 저기 골프장!”

예상치 못한 골프장이 목장속에 있다니!

“미스터 조. 내일아침에 내기골프 한판 어때?”

목장의 별 영양가 없는 늙은 목부쯤으로 여겼는데 화이트 영감님은 이 광활한 목장의 주인이다.

지금으로부터 150여년 전 영국에서 건너온 화이트 일가가 헌터강 상류에 자리잡고 나무를 베어내고 목초지를 만들어 대를 이으며 목장을 키워 전성 시대인 1912년엔 이 목장의 넓이가 16만에이커에 목장 울타리만도 서울 부산을 여덟 번 왕복하는 3200㎞요,건물이 64채에 18만마리의 양과 100여명의 목동들로 법석거렸다.


목장 안에 교회가 서고 목동들의 자녀를 위한 학교가 세워져 벨트리(Belltrees)목장은 하나의 타운을 형성,목장주 화이트 일가는 으리으리한 대저택을 짓고 이 거대한 목장의 왕이 되었다.

저택 안에는 당구장이 있고 마당에는 폴로 경기장과 함께 7홀 골프장이 있어 신대륙 호주의 신흥 귀족들이 모여서 우아하게 폴로를 하고 골프를 했던 것이다.

세월은 흘러 5대손 마이클 화이트 영감님은 더이상 벨트리 왕국의 왕이 되어 나비 넥타이를 매고 귀족들과 어울려 폴로를 하고 골프를 할 팔자가 못된다.

국제 양모 값은 곤두박질쳤고 목동들의 인건비는 수직적으로 올라 벨트리 목장은 10분의1로 줄어버렸다.

10분의1이라지만 아직도 엄청난 넓이의 요지를 안고 있고 7홀의 골프장은 한 홀도 줄지 않고 그대로 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골프장은 파5 홀이 하나,파4 홀이 셋,파3 홀이 셋인 변칙 골프 코스다. 아무리 7홀뿐인 골프장이라지만 이걸 관리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이 재미있는 골프장의 관리자는 양떼들이다. 양떼가 아작아작 페어웨이고 그린이고 닥치는 대로 풀을 뜯어 먹어 잔디 깎기로 민 것처럼 반듯하지는 못해도 페어웨이는 공을 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그러나 그린은 문제가 많다.

떼굴떼굴 굴러다니는 양의 똥을 라이와 함께 읽고 퍼팅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아니다. 이튿날 아침 영감님과 골프장으로 나갔다.

화이트 영감님은 부드러운 해프 스윙에 정확한 임팩트로 계속 파온그린을 시킨다. ‘아무리 덩치 큰 서양인이지만 66세의 노인에게 질쏘냐’는 생각에 팔에 잔뜩 힘을 넣어 냅다 휘두른 공은 철조망을 넘어 버린다.


양떼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반목장 반골프장에서 영감님과 이 떠돌이는 3라운드,21홀을 돌았다.

스코어는 1승2패.

Belltrees 주소: Gundy Road Scone 2337. Hunter Valley. N.S.W.Australia. Tel:(065)46-1156, Fax:(065)46-1122. 가는 길: 시드니에서 찻길 세 시간,버스도 많다.
Belltrees에서 Home Stay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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