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공기업에 강의를 갔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 회사 지식경영팀장이 귀띔해주기를 ‘오늘 수강생들은 부장급 직원들인데, 대부분 회사에서 교육에 참석하라고 해 마지못해 참석했을 것’이라고 했다. 분위기가 그렇게 된 것은 지식경영이 직원을 퇴출시키는 구조개혁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지식경영도 경영혁신의 한 수단이며 경영혁신은 구조개혁으로서 조직기구를 축소하고 인원을 줄이는 것이라는 논리다.
또 한 회사에서 매주 화·목·토요일 오전 7∼9시까지 사내에 신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사장은 해외출장 중이고, 중역은 은행임원 및 고객과 조찬 약속이 있다며 빠졌고 부장·과장(팀장)을 비롯한 주요 사원들은 업무목표를 달성하느라 밤 늦게까지 일하고 귀가했기 때문에 이른 아침에 실시하는 교육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한다. 교육에 참석한 사람은 고작 교육주관 부서인 지식경영팀과 한직에 있는 직원 등 70명 정원 가운데 6∼7명 정도에 불과했다.
직장인도 죽이고 회사도 망하게 하는 이런 풍조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지식경영의 본질을 모른 채 지식경영을 너도나도 도입했기 때문이다. 지식경영이란 기업 또는 조직활동에 소요되는 지식을 경영하는 것으로, 경영관리의 대상이 임직원들의 두뇌 속에 있다. 임직원들의 머리속에 있는 지식으로 가치창출을 보다 높이고 경영효율을 증대시키는 것이 지식경영의 본질이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면 조직의 구성원도 회사도 모두 무너지게 된다. 변화의 파도를 타기 위해 국가와 기업의 구성원들이 두뇌 속에 있는 낡은 지식을 닦아내고 신지식을 재충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지식 재충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투자하고 관리하는 것이 지식경영의 요체이다. 그러므로 지식경영의 소재를 갖고 있는 조직구성원을 잘 관리해야 한다.
만사가 그렇듯이 지식경영도 그 발상점에서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지식경영이 성공하려면 도입의 발상을 똑바로 해야 한다. ‘ 인원 감축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일상 근무시간(주 40시간) 내에서 직장인들이 지식을 닦는 학습(學習)을 하고 마음을 닦는 공부(工夫)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 지식경영도입의 발상점이다. 여기서 시간의 창출을 구상하라. 그리고 창출된 시간을 학습과 공부에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 그러면 지식경영은 조직의 구성원도 살리고 회사도 살릴 것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