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YS,JP,HC,DR…. ‘이니셜 정치’가 횡행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KKK’라는 또 하나의 이니셜이 정치권에 오르내리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DJ나 YS처럼 특정인의 영문이름 이니셜을 딴 것이 아니라 최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정현준 게이트’에 관련된 여권 실세 3인방의 성을 딴 이니셜이라고 한다.
이니셜은 지난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등장,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정치인의 ‘애칭’처럼 불리고 있다. 그 이전까지 거물 정치인들은 아호(雅號)를 주로 사용했다. 백범(白凡·김구),우남(雩南·이승만),몽양(夢陽·여운형),해공(海公·신익희) 등. 이는 정치인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한자문화권의 멋과 위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5·16 이후에는 이름자를 딴 영문 이니셜이 대신 쓰이기 시작했다. 그 효시라 할 수 있는 이가 바로 JP다. 당시 혁명주체안에서도 그의 실명을 경칭없이 부르는 것을 삼가던 차라 JP는 부르기도 쉽고 약간은 비밀스런 구석이 있어 대단한 전파력을 가졌었다. 이후 DJ와 YS라는 호칭도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이니셜은 또 어느정도 정치적 영향력을 갖기전까지는 붙지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야간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KKK’는 또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실명을 숨김으로써 그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서라기 보다 의혹은 키우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음습한 태도가 엿보인다.
정치가 대중에게 친근하지 못하고 경외와 공포의 대상인 시절 탄생했던 ‘이니셜 정치’가 지금은 익명성을 방패삼아 상대를 무차별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2일 한 야당의원이 국감장에서 그동안 이니셜로만 떠돌던 KKK의 실명으로 거론하고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KKK가 누구인지,이들이 야당의 주장처럼 정현준의 뒤를 봐준 사실이 있는지 진실에 목말라하는 국민들은 모든 사실이 하루속히 속시원히 밝혀지기를 바랄뿐이다.
/ pch@fnnews.com 박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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