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수출대금의 외환시장 유입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출대금이 환율을 낮추는 이른바 ‘네고장세’로 시장의 자율조정을 기대하는 당국의 환율 대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달러 보유로 얻는 환차익이 주식·채권 등 다른 금융자산의 수익을 압도함에 따라 이달 말에는 수출기업들이 수출대금을 외환시장에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11월 말의 네고장세는 건너 뛰거나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는 초고수익 금융 자산=달러화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24일 한때 달러당 1207원에 거래됐다. 8월 말의 1108원에 비하면 3개월간의 환차는 무려 99원에 달한다. 이를 금융상품의 수익률로 환산하면 무려 연 38%나 된다.
외환전문가들은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수출대금을 이자가 붙지 않는 외화당좌예금에 계속 묶어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4일 현재 은행권의 외화당좌예금 수신고에는 아직 뚜렷한 변동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출대금 유입이 아직 본격화되기 이전 수치일 뿐 27일 이후에는 수신고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난 96년 하반기∼97년 상반기에 벌이졌던 정부와 일부 대기업 간 ‘외화당좌 예금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한화경제연구소의 강명훈 책임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지금 환율이 이상변동을 보이고 있다”며 “연말까지는 경제제반 지표보다는 11월 말의 수출대금 유입 규모가 단기 최대 변수가 될 것”아라고 분석했다.
◇공급 막혀 달러 강세 지속=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11월 말의 수출대금 유입이 현재의 달러강세를 ‘시장 수습논리’로 식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달리말해 11월 말 수출대금 유입이 기대에 못 미치면 외환시장의 또 다른 ‘패닉현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의 대고객 딜링 관계자는 “월 말 수출대금이 나오고는 있지만 거래는 1200원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전망은 당국의 개입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개입을 전혀 배제한다면 중심점은 1210원으로도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수출대금은 묶어두고 수입결제는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경우 환율 급등을 초래하게 되나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당국이 막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급격한 상승은 무역에도 도움 안돼=최근의 환율급등으로 일본 엔에 대한 원화환율은 1년여만에 100엔당 1100원대에 근접했다. 이는 무역협회가 최적의 무역조건을 위한 원·엔환율로 잡고 있는 수준이다. 현재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이기 때문에 적정 원·달러 환율은 1210원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무역협회 관계자는 “특정 수준의 환율도 중요하지만 환율의 변동 속도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 kschang@fnnews.com 장경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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