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합병을 추진중인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지점 60%가 수도권에 집중돼 점포 중첩이 매우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합병후 인력도 2만2800명중 차·과장급에 7600여명,일반 행원에 1만4000여명 등 94.7%가 중하위직에 몰려 업무 중복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 은행 모두 많은 점포를 거느리고 소매금융에 집중하다보니 점포와 인력구조가 거의 똑같아 진 것이다. 두 은행은 합병 후에도 당분간 현재의 점포망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나 중첩 점포와 인력 문제는 합병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0%가 완전 중첩점포=지난 11월말 현재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갖고 있는 점포는 각각 591개와 552개.문제는 이들 은행이 합병할 경우 상당수 영업점이 완전히 동일한 지역에 분포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재배치나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국민은행의 경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전체의 64.5%인 381개 점포를 갖고 있다.주택은행도 60%인 333개의 점포가 있다.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광역시도 국민 103개, 주택 119개로 엇비슷하다.강원,영남,호남,충청,제주 등에서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비슷한 수준인 107개, 100개의 영업점을 두고 있다.
같은 지역내 일선 영업점 위치는 더 큰 문제다.이들 은행은 소매금융시장에서 서로 치열한 경합을 벌여오면서 모두 노른자 자리에 점포를 배치,상당수가 바로 옆에 붙어있거나 100m안팎에 자리한 경우가 허다하다.실제로 주택은행 수원지점은 국민은행 수원지점과 채 50m도 떨어져 있지 않다.서울 구반포지점은 서로 건널목을 마주하고 있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내부 검토자료를 분석한 결과 두 은행 합병시 완전 중복점포는 최소 30% 이상”이라고 말했다.
◇직급별 과잉인력 심화=국민과 주택은행이 합병하면 직원수가 2만2800여명으로 늘어난다. 양 은행은 매년 각각 1000∼2000명에 이르는 자연감소 인력으로 과잉인력을 해소하겠다는 입장. 그러나 직급별로 계획적인 인원감축과 조정이 없을 경우 장기간 비정상적인 인력구조에 시달릴 전망이다.
우선 두 은행간 직급별 인력현황을 보면 지점장급인 1∼2급의 경우 국민 497명(8월말 기준), 주택 427명(11월말 기준)으로 비슷하다.차·과장급인 3∼4급은 국민 4329명, 주택 3360명으로 국민은행이 조금 많은 편이며 5급이하 행원은 국민 5984명, 주택 8208명(비정규직포함)으로 주택은행이 많은 편이다.따라서 합병후 감원이 단행되지 않을 경우 중간 직급은 1만여명 이상이 비슷한 업무를 처리하는 결과도 우려된다.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소매금융에 주력해왔고 인력구조와 직급별 업무성격 등이 너무 흡사해 양 은행이 감원 없이 합병하기는 사실상 무리”라고 말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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