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투신운용사들이 올해부터 철저한 시스템운용을 천명하고 나섬에 따라 펀드매니저들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대투·한투운용 등 대형투신운용사들은 올해부터 펀드매니저에 전격 의존하던 기존의 노선에서 탈피, ‘철저한 시스템 중심의 운영’이라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중소형 투신운용사들도 팀제운용을 더욱 강화하거나 대형투신사들과 비슷한 경영방침을 세웠다.
권경업 대투운용 본부장은 “2001년부터는 펀드매니저의 개인역량에 의존했던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해 전조직의 시스템화를 통한 경영에 나설 예정”이라며 “펀드매너저는 단순한 펀드 집행인 차원에서 관리될 것”이라고 말했다.펀드매니저의 펀드운용 재량권은 한 펀드의 5%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 부분은 시스템에 의해 운용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투신운용사들이 철저한 시스템 운용을 경영 원칙으로 내세움에 따라 팀제운용으로 가뜩이나 입지가 좁아진 펀드매니저들의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투신권이 시스템운용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은 펀드매니저들의 일탈을 사전에 막아 보자는 계산도 깔려 있지만 글로벌운영 방침을 내세운 투신사들이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금융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 기술도입에 앞서 운용시스템의 정지작업 차원으로 풀이된다.
펀드매니저의 입지가 이처럼 좁아지자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팀제운용으로 개인의 성향과 소신을 앞세운 펀드운용을 펼 수 없던 차에 시스템 운용이라는 방침 속에 묻혀 자신들의 선택의 기회가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H투신운용의 한 펀드매니저는 “3년전 팀제 운용의 본격 도입으로 펀드매니저들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소신 있는 펀드운용은 거의 불가능졌다”며 “물론 시스템 운용이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그 못지 않게 펀드매니저들의 개인 철학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일부 투신사의 경우 펀드매니저들의 좁아진 입지가 내년 초에 있을 연봉협상과 맞물려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빌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채권형 펀드매니저의 경우 은행이나 보험·자산운용사들이 채권전문펀드매니저를 대거 스카으트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이들의 자리 이동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mkpark@fnnews.com 박만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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