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4일 청와대에서 단독회담을 갖고 ‘의원이적’ 및 경제문제 등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경제문제
▲이총재=거시경제지표가 좋다고 경제가 잘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정부가 금융개혁을 기한내에 하지 못해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김대통령=지난해 말까지 기본틀을 마련했고 2월까지는 상당부분이 마무리될 것이다.
▲이총재=경제정책은 정공법으로 대처해야 한다. 막연히 지난해 말이나 올 2월까지 한다고 말해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면 안된다.
▲김대통령=거기에 대해 나도 생각이 같다. 현재 그렇게 추진하고 있다.
▲이총재=경기부양책은 올바른 구조조정이 된 뒤에 해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경제위기가 올 것이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책임지는 정치를 하라.
▲김대통령=그렇지 않아도 경제문제는 내가 책임지고 하고 있다. 이 총재가 걱정 안해도 내가 그렇게 할 것이다.
◇의원 이적파문
▲이총재=경제가 어려워 국민 고통이 큰데 어떻게 의원 꿔주기식 정치행태를 할 수 있나. 의원 꿔주기에는 대통령 가신도 포함돼 있는데 대통령도, 민주당 대표도 몰랐다면 소도 웃을 일이다. 여소야대는 국민이 선택한 것이다.
▲김대통령=총선민의는 여야에 모두 과반수를 안주고 자민련에 캐스팅보트를 주었다. 세사람을 자민련에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길이 없었다. 한나라당이 국회법을 지키지 않고 힘으로 막지 않았나. 내일이라도 국회법을 표결로 통과시키면 불러올 수도 있다.
◇개헌·정계개편
▲이총재=단순히 의원 꿔주기만이 아니라 개헌, 정계개편과 같은 커다란 정치적 음모가 있다는 게 여론이다. 의원 꿔주기는 인위적 정계개편의 시작에 불과하다. 국민은 이 정권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김대통령=인위적 정계개편은 아는 바 없다. 지난 4월24일 영수회담에서 국정안정을 위해 여야가 건설적인 협력을 하고 신의를 바탕으로 인위적 정계개편은 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했었다.
◇안기부 자금수사
▲이총재=안기부 자금을 총선자금에 사용했다는 수사는 야당 탄압 아닌가. 과거에 수사했다가 왜 다시 하는가.
▲김대통령= 안기부는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런 국가기관의 돈이 선거자금에 사용됐다면 그것은 국가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중대한 일이다. 이런 문제로 시비를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여야관계
▲이총재=정쟁을 중단하고 경제를 살리자. 이를 위해 의원 꿔주기나 정계개편, 정치보복 등 정쟁의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
▲김대통령=야당이 협력보다는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내가 어떻게 하겠느냐.
▲이총재=야당이 협력하지 않아 통과 안된 게 무엇이 있나. 나는 진심으로 여야 협력하고자 했고 경제에 관해 최선을 다하려 했다.
/조석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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