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는 공간을 그냥 놀릴 수도 없어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령 자식이 분가하거나 모시던 어른이 돌아가신 경우 그들이 쓰던 공간을 한동안 버려둔다. 마땅히 쓸 방도가 나지 않아 집안의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공간을 잘 활용하면 가족들에게 활력을 주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특히 지하층은 애초부터 활용계획 없이 버려두는 일이 많다. 겨울동안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사용하지 않다가 이듬해 다시 쓰려고 해도 선뜻 내키지 않아 거의 버려진 공간으로 남게 마련이다. 빈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면 공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다양한 욕구를 수용할 수 있다.
대개 이런 공간을 개조할 때 고려해 봄직한 기능으로 서재·홈바·응접실·재택근무실·A/V룸(시청각실) 등이 있다. 무궁무진한 활용성이 도사리고 있는 집안의 보고인 지하층을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홈바 만들기=홈바는 버려진 지하층에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거공간으로 많이 쓰는 지상층과 분리함으로써 가족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어 좋다. 지하와 홈바는 일단 분위기상으로 안성맞춤이다. 홈바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조명장치를 넣는데 가급적 심플하게 하는 게 기본이다. 홈바는 대개 싱크볼이 설치된 바 테이블과,행거로 돼 있다. 바 테이블 받침대는 포도주 수납장으로 쓰는 것이 보통이며 옆에 이동식 보조테이블을 달기도 한다.
바 테이블옆의 행거(그릇 및 술잔 진열장)는 바텐더가 드나드는 문처럼 만들어 분위기가 산만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 홈바 만드는 요령이다. 주방을 홈바 형식으로 리노베이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에는 가족들의 사전 동의가 필수다. 각기 다른 취향이 있고 자칫 주거 분위기가 산만해질 수 있다.
지하에 홈바를 설치할 때 드는 비용은 6∼7평 기준으로 대략 700만∼800만원 수준. 가구를 어떤 것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많이 들지는 않는다.
◇ A/V룸 혹은 피아노실=A/V룸과 피아노실은 지하층을 리노베이션해 쓸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중의 하나. 음향이 집밖을 나가면 이웃들이 짜증을 낼 수 있으므로 지하층의 한 공간을 활용해봄직 하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김정식씨(50)는 지하층 방을 피아노를 전공하는 대학생 딸을 위해 피아노실로 만들고 다른 공간은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A/V룸을 만들었다. 흡음성이 있는 벽체와 완벽한 환기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시공 방법은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습기가 차면 기기가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경우 음향기기와 비디오기기가 있는 공간에 방음,방습을 하고 나무를 많이 사용함으로써 자연 습도 조절이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벽체의 한 부분에 환기시스템을 설치,아늑하면서도 따뜻한 지하 공간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족들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인 A/V룸은 비디오 감상은 물론 대화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고 필요할 때는 손님들을 위한 접대 공간으로도 쓰고 있다.
◇서재=경기 고양 일산 전용주거단지의 김종희씨(47)는 단출한 네식구가 살기에는 다소 넓은 70평형대의 집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지하층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지은 지 5년이 된데다 별도의 용도도 필요를 느끼지 못해 버려진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 김씨는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부터 나만의 공간을 원했다. 그래서 공간의 한부분을 서재로 꾸몄다. 벽체의 한 공간을 확보해 커다란 창을 내 햇빛이 많이 들게 하고 벽면에는 핸디코트(도료의 일종)을 발라 아주 멋스럽게 꾸몄다.
책상과 의자,책장,컴퓨터를 가져다 배치하고 나니 간단한 작업만으로 나만의 공간이 됐다. 3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지만 리노베이션한 후부터는 귀가를 재촉 하기에 충분했다. 귀가 후 음악도 듣고,컴퓨터 연습도 하고 책도 읽는다.
간혹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도 만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얼마전부터는 소파까지 들여놓았다. 지금은 이곳에서 간혹 잠도 잘 정도로 애착이 많이 간다. 개조와 가구 장만 비용으로 200여만원이 들었지만 그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
◇사진설명
*맨위 : 지하공간에 홈바를 설치하면 지상층보다 아늑하면서도 풍요로운 느낌을 준다. 홈바를 설치할 때는 가구들과 벽체의 색감이 어울리도록 하고 다양한 조명장치를 설치하되 심플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게 한다.
*가운데 : A/V룸으로 된 사진·시청각실은 영화감상,TV시청,비디오 감상 등을 위한 공간이지만 가족들과의 대화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아래 : 피아노 연습실은 특히 지하에 두는 것이 좋다. 피아노 연습실을 만들 때는 반드시 방음효과를 고려해 리노베이션하는 것이 원칙이다.
◇도움말 및 사진 제공
*광장삼연건축사무소(02)3672-2333
*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 주택저널 편집실(02)786-2431
/ leegs@fnnews.com 이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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