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혈세로 충당된 109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이 그 동안 어떻게 운영되었고 그 문제는 무엇이었는지를 청문회에서 규명하겠다는 여야의 약속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증인신문의 방법을 놓고 여야가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한빛은행 청문회에 이어 이번에도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보기에 따라서는 증인과 참고인의 신문방법에 따라 자금운영에 관여했던 책임자들의 잘잘못을 가리고 감춰진 문제점들을 파헤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권의 행동이 순수하게 공적자금 운용의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하려는 노력으로 보이지 않고 청문회가 정략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인다. 지금 국민들은 제2차 공적자금이 다시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동안 제기되었던 공적자금의 운용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과연 국민들의 무거운 부담으로 충당되는 재원이 경제시스템을 회생시키는 일에 사용되었으며 또한 앞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공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이 수천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직원들의 복지비용 등에 충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가 아닌 현실의 문제라면 이는 공적자금의 운용상 중대한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공적자금 투입의 적절성과 집행여부를 최종적으로 심의 및 결정하는 예금보험공사 운영위원회가 무려 68조원의 공적자금을 집행하면서 회의조차 제대로 소집하지 않고 서면결의를 통해 투입을 결정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있다.
청문회는 공적자금이 이렇게 무원칙하고 무분별하게 남의 돈 쓰듯이 투입되고 사용됐는지 그 실상을 정확하게 파헤쳐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위를 벗어나 장외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되풀이 해 공적자금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시키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절차를 놓고 상대방의 정치적 의도를 비난하는데 에너지를 쏟다가 정작 특위가 청문회에서 해야 할 본래의 역할은 소홀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공적자금운용의 실패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여야 모두에 돌아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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