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연초부터 활기를 띨 조짐을 보이고 있다.부동산 경기 선행지표인 급매물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분양권 값도 하락세가 멈췄다.서울 주요지역에서는 이미 아파트 매매 및 전셋값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항간에는 이같은 현상을 놓고 대세상승인가,일시적 현상인가를 놓고 설전이 치열하다. 한쪽에서는 최근의 집값 상승세는 지난해 하락폭이 컸던 아파트의 가격회복과 급매물 거래가 활발해 지면서 나타난 반짝장세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3개월 가량의 조정국면을 거친데다 부동산가격을 좌우하는 각종 지표가 호전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상승국면으로 봐야 한다는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시장 바닥쳤나=현지 부동산중개업자와 전문가들은 대체로 주택시장은 이미 지난해말로 바닥을 쳤다고 입을 모은다.통상 시장 회복기에는 1차적으로 급매물, 낙폭이 큰 물건,유찰횟수가 많은 경매물건 등에 대한 거래가 이뤄지고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는데 최근에 이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시장회복은 당분간 중소형의 실수요 중심으로 이뤄질 뿐 대형아파트 등 규모가 큰 부동산시장은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서울 강서구 목동 우방공인중개사무소 최승권 사장은 “목동지역은 경기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격하락폭이 작았으며 대부분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급매물은 물론 일반매물도 나오지 않는데다 매도자들이 예전의 가격수준을 고수하고 있어 거래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분당 미금동의 골드공인중개사 김원강 사장은 “서울에 비해 아파트값이 많이 빠진 상태여서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11∼12건정도 쌓여있던 급매물이 최근에는 자취를 거의 감췄다”고 설명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이사는 “역세권이나 재건축움직임이 활발한 지역의 기존 중소형아파트나 신규아파트분양권 등에 국한돼 있지만 급매물이 소진되고 가격이 강보합세를 보이는 등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동안의 침체에서 활기를 되찾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그는 “앞으로도 인기지역의 중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의 상승세는 지속되겠지만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반면 아직은 대세상승으로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김정렬 부동산써브 사장은 “최근 부동산 거래는 가격이 많이 떨어진 물건을 위주로 한 실속거래가 특징”이라며 “이를 근거로 볼때 아직까지는 대세상승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광영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의 주택가격 상승은 그동안 낙폭이 컸던 소형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시장분위기를 이끌고 있어 전반적인 상승국면으로 간주하기는 힘들다”면서 “산업전반에 구조조정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불거진 한국부동산신탁을 비롯한 각종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아직도 당분간은 조정국면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과도기 투자전략=부동산 투자는 과도기 즉,회복을 위한 조정기가 최대 적기다.조정기가 끝나 회복기로 접어들면 그때는 이미 우량물건들은 소진되거나 회수돼 자취를 감춰 마땅한 투자물건을 찾기 힘들어진다.
전문가들은 그 시기를 길게는 오는 4월, 짧게는 이달부터 2월말까지로 잡고 있다.따라서 내집 장만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은 이 시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귀띔한다.
투자대상으로 우선 아파트는 급매물이 제격이다.규모도 대형보다는 중소형에 초점을 둬야한다.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벌써부터 전세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등 이같은 추세는 잠실주공 등 저밀도지구의 재건축이 지속되는 한 당분간 주택임대사업용 투자로도 가치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경매 역시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투자대상이다.지난해 10월이후 경기가 극심한 불황국면에 빠져들면서 발생한 경매물건들이 소송절차 등을 거쳐 5∼6개월 뒤 나오기때문에 올 2∼3월께는 경매물건이 홍수를 이룰 전망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대형아파트는 물량과잉으로 아직까지 거품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투자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다만 입주를 앞두고 있으면서도 분양가를 밑도는 아파트분양권 매입은 한 번쯤 시도해 볼 만하다.
토지의 경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대상 지역에서 나오는 급매물이나 수도권 신도시 후보지주변 등지는 아직 투자여력을 갖고 있다.토지 역시 경기한파후 쏟아져 나오는 경매물건을 노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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