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들은 입만 열면 세계화,국제화를 외쳐 댄다. 글로벌 스탠더드도 자주 거론된다. 특히 민간기업을 욱박지르는 데에 이같이 편리한 용어는 없다. 사실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정부 당국자들의 언동을 보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그들 스스로 얼마나 접근해 있는지 의심이 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기로 약속한 진념 재경부장관이 개막 3일전에 갑자기 불참을 통고하고 한국대표를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교체한 정부처사에서 우리는 또한번 정부 관련 책임자의 무감각을 확인하게 된다.
이 포럼은 각국 정상급 지도자를 비롯하여 정치 경제를 넘어 국제기구 대표와 문화예술 언론 학계 등에 이르기까지 저명인사 1000여명이 참석하여 문명사적인 문제들에 대해 격의없는 토론을 벌이는 고급 사교의 마당이다. ‘글로벌시대의 지속성장과 격차완화’를 주제로 한 이번 31차 총회는 오는 30일까지 6일동안 6개 분야에 걸쳐 모두 300여개의 세미나형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으로서는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히고 한국을 세일즈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불참하기로 했다면 모르겠으나 개막 직전에야 뚜렷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불참을 통고한 것은 국제관례를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현지에서 한때 한국기자들의 등록마저 거부하는가 하면 한국은 ‘3일을 내다볼 수 없는 나라’ 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수상식 참석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을 때 정부 여당인사들의 발언을 상기하게 된다. 대통령이 국내문제를 이유로 불참한다면 무슨 큰 문제라도 있는 것으로 외국에서 오해하여 신인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들의 논거였다.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진념 재경부장관은 갑자기 불참을 통고해도 신인도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인가.
그러잖아도 국제기구가 한국의 경쟁력을 분석할 때면 정부부문이 가장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스스로가 그들이 내세우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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