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의 반도체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공격적 경영으로 외국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여 나가기로 했다.특히 올 3·4분기에 경기도 화성의 D램 11라인을 완공,256메가·512메가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일본업체들의 야심을 초전에 봉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의 투자 확대 배경=삼성전자는 최근 올해 반도체 투자를 지난해 4조7000억원에서 40% 늘어난 6조6000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반도체 분석가들은 “D램 경기가 불황에 접어든 지금이야말로 경쟁업체를 따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한 듯하다”며 “불황기 대대적 투자로 호황기에 독주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삼성은 특히 지난해 독일 인피니언이 유럽증시 상장으로 마련한 투자 자금을 바탕으로 256메가 시장을 잠식해 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또 NEC-히타치의 D램 합작법인인 엘피다는 256메가 이상 시장에서 삼성의 독주를 차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는 1등이 시장을 싹쓸이하기 때문에 2등이란 이삭줍기에 불과하다”며 “앞선 제품을 재빨리 대량생산할 수 있는 첨단 라인 건설에서 뒤처지면 시장경쟁력을 잃는다”고 말했다.그는 또 “히타치와 UMC,미쓰비시와 파워칩,도시바외 윈본드 등 일·대만업체간 제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공격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대만의 설비투자 축소=30일 업계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NEC·도시바 등 일본의 주요 반도체 5개사는 올 반도체 관련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10∼20% 하향 조정했다.도시바는 지난해보다 약 15% 줄어든 1400억∼1500억엔,히타치제작소는 20%가 감소한 1500억∼1600억엔 수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NEC도 10∼20%정도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수탁생산 위주의 대만 UMC 역시 올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약 17% 떨어진 20억달러로,대만 최대기업인 TSMC도 10% 감소한 34억달러 수준으로 결정했다.
/ shkim2@fnnews.com 김수헌·민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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