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동아시아 물류전쟁]컨테이너항 至尊 다툼 동아시아가 달아오른다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2.15 05:47

수정 2014.11.07 16:02


동아시아 컨테이너항들 사이에 화물유치 경쟁이 뜨겁다.

새삼스러운 경쟁 촉발의 진원지는 싱가포르다. 그간 국영기업 형태로 운영돼 온 싱가포르항만공사(PSA)가 주식 공개를 검토하는 등 변신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 거점항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매일 60여척의 대형 컨테이너 화물선이 쉴새없이 들락거리는 싱가포르 항만의 장중한 모습은 싱가포르 경제의 눈부신 성장 그 자체다.

지난 97년부터 이 항구를 관리·운영하고 있는 PSA는 99년 기준 컨테이너 처리량 1790만TEU(1TEU는 20피트 짜리 컨테이너 1개)로 홍콩 허친슨항만사에 이어 세계 2위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자랑하고 있다.

PSA는 물동량을 3600만TEU 까지 늘릴 계획 아래 40억달러 이상을 설비증설에 쏟아 붓고 있다. PSA는 지난 99년 15억달러 매출과 43%의 수익 증가율을 기록해 세계 주요 항만 운영사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실적을 올렸다.

연 평균 13%의 높은 성장세를 구가해 오던 PSA도 지난해 매출이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다른 지역 컨테이너항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급기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PSA는 조만간 주식을 상장해 주식회사화를 서두를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PSA가 상장되면 곧 바로 싱가포르 5대 상장사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는 5월까지도 주식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도 한다. 세계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과 국내정치의 복잡한 사정은 이같은 예측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정부산하 공기업들을 하루 바삐 민영화할 심산이다.

고촉동 총리는 외국 투자자들이 공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PSA 지분 20%가 공개되면 외국인들의 이같은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SA는 또 운영 시스템을 더욱 과학화 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와 함께 전체 물동량의 89%를 소화하는 싱가포르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PSA는 싱가포르는 인도, 포르투갈 등 7개국에 퍼져 있는 항구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PSA를 따라잡기 위한 경쟁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1월 개항한 말레이시아 인근의 탄중 펠라파스 항구(PTP)는 PSA가 누려왔던 동남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PTP는 아시아와 유럽을 관통하는 지정학적 위치로 볼때 PSA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또 화물을 옮겨싣는 데 부과되는 환적 수수료가 PSA보다 30% 싸다는 점도 해운회사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PTP가 처음 등장했을 때 PSA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최대 고객인 덴마크의 메르스크 시랜드사가 PSA를 떠나 PTP에 둥지를 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PSA는 지난해 싱가포르항 물동량이 전년에 비해 7% 성장에 그쳐 최대 고객이 등을 돌린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 홍콩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애널리스트 찰스 드 트렌크는 “지난해 12월에는 PSA 물동량이 무려 17%나 떨어졌다”며 메르스크가 떠난 공백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은 PSA를 떠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수료 인하 요구 등 어떤 식으로든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여 PSA로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대 라이벌인 홍콩 허친슨항만사가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인근 웨스트포트사의 지분 30%를 취득해 독주할 태세를 갖춘 것도 PSA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항구들이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어 PSA로서는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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