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국정난맥상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정부는 조기 개각을 통해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가시스템과 관료사회를 전면 재정비하지 않고서는 위기국면을 타개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문제를 예측·진단·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망가진 이상 단순히 장·차관의 ‘얼굴’을 바꾸는 정도로는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생각은 관료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계속 희석·왜곡되면서 숱한 차질과 파행을 빚고 있다. 관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개혁의 허리가 없는 것이다. 의료보험의 경우 명분에 치우친 개혁을 밀어붙이다 재정파탄 사태를 초래하고 결국 개혁작업 자체가 공격을 받게 됐다. 인천국제공항은 개항 강행을 결정했지만 청와대조차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의 자신감을 100%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3조9000억원으로 추정한 올해 의보 재정적자 규모도 정밀하게 되짚어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개각에서는 개혁성향과 현장감을 동시에 갖춘 ‘프로’들을 전면 배치해 개혁추진집단을 구축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장관은 “관료는 기본적으로 변화에 대해서 저항적이기 때문에 변화 주체에 대해 이방인과도 같은 집단”이라며 “이번 개각에서는 개혁을 실천할 수 있는 조직장악력과 조정능력을 갖춘 인물을 집중 발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관료집단의 전문성 결여가 문제”라며 “수시로 장관이 바뀌고 순환보직제에 얽혀 여러 부서를 돌다보면 어느 관료든 현장과 내용도 모른 채 공무를 집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관료들이 일을 계획하고 집행한 뒤 평가까지 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2년이 걸리는데 1년이면 자리를 옮기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국제평화전략연구원 박호성 연구원은 “모든 행정집행을 계량적으로만 접근하려는데 문제가 있다”며 “내용의 합리성과 시스템의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보지원·추가 실업대책·공적자금 집중상환 등 막대한 예산을 잡아먹는 대형 변수들이 잇따라 터져 나와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재정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며 “정책운용의 종합적인 청사진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적 인프라를 확고하게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좌승희 원장은 “대통령이 알아서 하는 식으로는 안된다”며 “규칙과 원칙이 있는 ‘법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좌원장은 “검증이 안된 주장들이 섣불리 개혁으로 옮겨지다 보니 차질이 잦을 수밖에 없다”며 “개혁을 하려면 원인과 결과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과 현실에 맞는 주도면밀한 변용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 kyk@fnnews.com 김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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