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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시리즈 강한기업 강한국가] ‘규제의 그물’부터 풀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5.06 06:09

수정 2014.11.07 14:36


세계 경제 침체와 불투명한 국내 경기 전망속에 한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의욕적인 기업 활동과 기업인을 존경하는 사회인식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기업이 경제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여건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노력해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기업들의 의욕을 뒷받침하고 끌어주기보다는 기업의 사기를 꺾거나 억압하는 제도와 문화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본지는 기업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과 의욕을 제약하는 제도와 법규, 문화 등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을 살리자-강한기업·강한국가’라는 제하의 시리즈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으로 기획, 15회에 걸쳐 연재키로 했다.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편한 나라로 만들겠습니다.이제 기업인 여러분들도 권력을 두려워하지 말고 경쟁력을 기르는데만 힘을 쏟아주십시오.”

지난 1월4일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회가 열린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1200여명의 기업인이 모인 자리에서 이들을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치켜세웠다.그리고 정부는 막힌 곳을 뚫어주는 ‘해결사’노릇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다.참석 기업인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이다.50년대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찰스 윈슨 미 국방장관은 기업과 국가경쟁력과의 관계를 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제너럴모터스(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고까지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안타깝게도 우리 기업인들은 경제 발전의 견인차로서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다.오히려 과잉 중복 투자와 방만한 경영, 정경유착을 일삼는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지난 1월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신년 세미나에서 연사로 초청된 한 정부고위관리의 강연이 끝난 뒤 참석 기업인들 모두 벌레씹은 얼굴로 행사장을 빠져나왔다.기업인을 훈계하듯, 기업을 범죄집단 다루듯 하는 그의 말투와 태도 때문이었다.

이같은 왜곡된 인식에다 기업에 매질을 가하고 옭아묶는 현실적인 규제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내놓은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기업하기 좋은 정도(기업경영 효율성)’부문에서 조사대상 국가 49개국중 31위를 차지했다.지난해 27위에서 4단계나 후퇴한 자리다.IMD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매력적인 기업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싱가포르와 중국,홍콩,호주,대만과는 경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혹평까지 덧붙였다.

미국 한 민간 연구소의 ‘경제 자유도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우간다와 헝가리 수준의 점수를 받기도 했다.한국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을 규제해 하향 평준화시킨 결과, ‘관치 평등화’가 빚어낸 참담한 결과”라고 분석했다.대기업의 한 임원은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기업을 부정한 집단으로 몰아붙이는 사회 분위기와 강요된 빅딜, 재탕 삼탕의 기업조사와 도가 지나친 지배구조 개선책 등으로 기업할 맛이 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 기업은 눈치를 봐야 할 곳이 너무 많다.검찰,국세청,금감위,공정위에다 때로는 국회까지 나서서 기업의 구린 구석을 찾겠다며 눈을 부라리고 있다.공정위는 올 2월까지 2년을 시한으로 부여받았던 금융거래 정보요구권(계좌 추적권)을 3년 연장키로 했다.처음에는 IMF체제, 이제는 기업구조조정이라는 특수 상황이 생겼다는 것이다.

검찰이나 국세청, 금감위도 은행계좌 추적권을 가지고 있어 기업 계좌는 이들 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뒤질 수 있는 공개된 주머니나 다름없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기관마다 경쟁적으로 기업 조사에 나서는 바람에 어느 회사는 한해 무려 120일을 조사받았거나 조사받는데 시간을 허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기업을 옥죄고 있는 것은 이뿐 아니다.기업에 대한 준조세는 해마다 늘고 있다.정부는 구조조정을 뒷받침할만한 정책을 만들기는커녕 규제 정책만 잔뜩 안고 놓을 줄 모른다.

올 2월 석유화학, 화섬, 철강 전기로 등 이른바 7개 자율 구조조정 업종 관계자들의 모임이 열렸을 때다.이들 업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까다로운 서류 제출 요구나 합리적이지 못한 독과점 규제 정책 등으로 업체간 통합이나 제휴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고용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어느 대기업에 새로운 최고경영자가 부임하면서 무수익 자산매각, 정리해고 등을 단행하겠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가 2일만에 취소한다는 벽보를 붙여야 했다.부임 다음날 출근을 저지당하고 노조가 투쟁에 돌입하자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소액주주운동을 펼치며 경영권과 인사권까지 넘보는 시민단체, 지배구조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불과 몇개주에서만 실시하는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정치논리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치권….

이런 환경속에서 기업은 사상누각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30여개나 되는 경제 법안들을 외면, 처리를 지연시켰다.지난 97년 기아자동차가 부도 위기에 몰렸을 때 여야 정치인들은 경제논리와 국제여론을 무시한 채 노조 인기만 의식한 대책을 남발했다.
그 결과는 기아차의 구조조정 지연과 국제 신용도 하락, 기아 부채의 국민부담으로 나타났다.

이제 우리는 우리사회의 반기업적인 문화를 타파하고 기업인들에게 기업경영의 의욕을 북돋워 줘야 한다.
그래야 나라도 살고 기업도 살고 국민도 산다.

/박성태 부국장대우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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