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PC업계 3위인 휴렛패커드(HP)가 2위인 컴팩을 인수합병, 세계 최대 PC업체가 태어난다.인수금액은 260억달러이며 인수합병은 주식교환(equity swap) 방식으로 이루어진다.HP의 컴팩 인수는 불황에 허덕이는 미국 PC업계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T) 업계까지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HP와 컴팩이 합병을 한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다.컴팩은 올들어 세계 1위 자리를 델컴퓨터에 내어주는 등 매출과 수익급감으로 고전을 하고 있었다.HP도 IT불황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세계는 IT경기침체로 세계적인 동시불황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더욱이 반도체 경기의 바닥은 끝없이 깊어만 간다.전세계 PC판매량이 지난 2·4분기 15년만에 처음 줄어드는 불경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PC용 반도체업체들의 매출이 지난해 총 5000억달러에서 올해는 380억달러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와 인텔의 팬티엄4 판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그러나 이 경우에도 회복세는 가격이 그대로 머무를 것이므로 V자형보다는 L자형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같은 IT산업의 불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IT산업 전체가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바로 HP와 컴팩의 합병은 전세계 IT업계의 구조개편을 알리는 서곡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HP와 컴팩의 생존을 위한 발빠른 합병전략은 구조조정이 부진한 우리나라의 부실대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우리나라의 경우는 은행을 비롯해 많은 대기업들이 구조개편을 위한 합병전략에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생존의 위협을 받아도 채권은행들에게 자금지원이나 받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의존하려는 안일한 자세를 갖고 있다.
극심한 불황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은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상실하기 전에 경쟁자 또는 적과도 합병하여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그것도 주식교환방식을 통해 이루어지면 현금지급에 따르는 유동성 위험을 막을 수 있어 더욱 좋은 생존전략이 될 수 있다.원활한 합병이 이루어지면 적은 사회적 비용으로 기업구조조정도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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