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는 마이트로 소프트(MS)를 두 회사로 분리시키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반독점법 위반 소송도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MS의 반독점법 위반 관련 소송에서 회사 분할 명령을 내린 1심 판결은 연방항소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상태에 있고 ‘윈도와 웹브라우저를 함께 판매하는 것은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연방 항소법원 판결은 MS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다. 부시 행정부는 연방항소 법원이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내린 부분에 대해서도 ‘새로운 차원의 견제 방안을 모색할 것’이기 때문에 지난 98년 5월 클린턴 행정부가 소송을 제기한지 3년만에 사실상 ‘없던 일’로 결론이 난 셈이다.
소를 제기한 당사자가 승소 노력을 포기하고 ‘새로운 차원’의 방안을 찾겠다면서 사실상 물러선 것은 부시의 공화당 행정부가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한가지 사실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미 법무부가 ‘소비자 불안을 신속히 해소하고 확실하게 제거하기 위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힌 성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MS가 선도기업으로 있는 정보기술(IT) 산업은 심한 불황에 허덕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금 전체 세계 경제도 심한 침체 국면에 직면해 있다. IT업계는 10월 하순으로 예정된 윈도XP 출시가 새로운 PC수요를 촉발시켜 연관산업 전반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만약 반독점법 때문에 출시가 연기되거나 중단되기라도 한다면 IT업계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적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독점금지법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경제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경제주체간의 자유경쟁 활성화라는 ‘대’를 위해서는 독점에 의거한 특정기업의 이익이라는 ‘소’의 희생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게 한 것이 반독점법이다. 그러나 시장 위축 등으로 특정 기업을 독점금지법으로 재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자제하는 것도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세계경제라는 ‘대’를 위해 미국의 반독점법 추구라는 ‘소’를 희생 시킨 부시 행정부의 MS관련 소송중단 결정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상황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이러한 유연성이 바로 미국 저력의 원천이며 세계 선도국의 위상을 지킬 수 있는 근원이 된다. 규제완화를 둘러싸고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하고 있는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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