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연내로 부산항을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작년 5월 관련법 시행령 제정 이후에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던 이 제도에 가속이 붙게 되었다.‘국제물류기지 육성을 위한 관세자유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관세자유지역법)’에 근거하여 현재 정부가 지정 대상으로 삼고 있는 곳은 부산을 비롯하여 인천 광양항, 그리고 인천국제공항 등 네 곳이다. 당초 부산, 광양, 인천등 세 항구는 작년 하반기에, 인천국제공항은 올 상반기에 지정을 끝낸다는 계획이었으나 이처럼 늦어지고 있는 원인은 이미 포화상태에 있는 이 지역에 관세자유지역을 수용할 공간(땅)확보가 쉽지 않은 데 있다,
관세자유지역은 ‘관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법적 지리적 경제활동 특구’로서 화물의 반출입, 가공, 재수출 등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외국기업 유치가 그만큼 쉬워지는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 여러나라와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도 항만은 말할 것도 없고 내륙지방에까지 관세자유지역을 지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물류중심지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 제도의 활성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그러나 지정 대상으로 올라 있는 항구는 하나같이 물동량 수용능력이 한계에 이르고 있어 법이 요구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시킬 만한 땅을 확보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대통령 지시로 탄력을 받게 된 부산항을 예로 든다면 지정 예정지로 부각되고 있는 감천항 서쪽의 사유지 34만㎡는 경제성에 문제가 있고 북항의 신선대 부두는 수출입 화물 하역과 장치장으로도 비좁은 데다가 면세화물과 일반 수출입 화물 혼재로 야기될 각종 부작용 역시 큰 부담으로 지적되고 있다.그런데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이 없다면 이러한 부정적 요소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안전판이나 보완장치 마련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관세자유지역의 활성화는 국제간 물류 유치,위탁무역 촉진, 물류 부가가치 창출, 외국인 투자유치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틀림 없다.그러나 기대목표치가 크다 하여 서둘러 추진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효과가 반감될 우려도 없지 않다.부산항을 연내로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함에 있어서도 이 점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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