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이라는 산업은행의 무거운 이미지를 벗기기 위해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서송자 산업은행 정보기술(IT) 본부장(54·여)의 당찬 각오다.
지난해 4월 산업은행 IT 본부장에 오른 그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30년전 영남대 영문과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미국으로 떠났다. 단지 영어를 좋아하고 잘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간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말 처음엔 너무도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자랑할 만하다고 생각한 제 영어실력으로는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말이 필요없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일 자체가 너무도 즐거웠다고 한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성취감과 보람이 생겼지요. 그러다보니 더 열심히 일하게 되었고 2년쯤 뒤엔 10년 일한 사람들만큼의 실력을 갖출 수 있었고 또 그에 맞는 대우도 받았습니다. 최선을 다해 일을 즐기며 그곳에서 30년간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던 그는 지난해 부친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또 그 무렵 산은에서 IT임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응모한 것이 산은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그는 여자가 임원에 뽑히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컴퓨터와 관련된 일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한번 문을 두드려봤다고 한다.
“처음엔 아직 한국 사회는 멀었구나 싶었어요. 인터뷰 질문내용이 무슨 대학을 졸업했느냐, 고향은 어디냐 하는 것이었거든요. 인맥도 없었고 그렇다고 속칭 일류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얼마 후 IT본부장으로 발탁됐다는 연락이 오더라구요.”
그후 그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IT본부장에 오른 뒤 처음 3∼4개월은 새벽 2∼3시까지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을 계속했다. 현재 국내 전산시스템중 최첨단으로 평가받는 산은 전산시스템은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구축됐다.
“산업은행은 저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저는 여자 임원입니다. 그것도 최첨단분야라는 IT부문에서 말입니다. 이제는 학연·지연 등을 떠나 능력위주로 인물을 발탁하려는 노력의 본보기가 저라고 할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그에게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즐거움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 nanverni@fnnews.com 오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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