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의 전쟁 개시가 임박한 가운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긴급 처방을 마련했다. 진념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련된 이 대책은 시장 상황을 감안해 금리를 신축적으로 운용한다든지 내수 진작을 위해 세제 지원 방안을 강구한다는 등의 원론적인 것들을 제외하면 아무래도 큰 줄기는 증권시장의 불안 심리를 해소, 폭락을 막기 위한 증시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내놓은 시장 안정대책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애시당초 다른 경제적 변수와 마찬가지로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치·사회적 요인에 의해 살아 움직이는 주가를 인위적인 제도나 정책으로 조정하는 것부터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하물며 그 내용이 시장에서 시큰둥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번 경제장관 대책회의에서는 이번 주말까지 증시 수요기반 확대를 위해 증시안정기금과 비슷한 형태의 기금을 조성하고 주식가격 제한폭을 축소하는 방안을 포함한 증시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 한다.
이같은 기금 조성은 그 규모와 시기, 재원조달 방법 등도 문제려니와 국내 증시규모가 이미 기금 조성에 의해 좌우될 만한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인 점을 감안할 때 심리적 영향 이외에 장세를 끌어올리는 데 얼마나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증시하락이 세계적 동조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주식투자의 상당분량이 외국인 소유란 사실도 정부나 기관 개입에 한계가 있음을 말해준다. 시가총액의 35%, 시가총액 상위 20위 종목의 50%가량이 외국인투자가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증안기금은 과거에도 성공하지 못한 경험을 우리는 갖고 있다.
가격제한폭을 축소한다 해도 그것이 근본적인 매도세력을 막을 수 없다는 데에 고민이 있다. 오히려 매도세력이 한꺼번에 팔아치우지 못하고 며칠에 걸쳐 나눠 매도를 낼 경우 지속적으로 매도잔액이 쌓여 투매심리를 부추길 염려가 있음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증시의 안정에는 왕도가 따로 없다. 주가지수가 모든 경제현황의 종합이라면 경제를 튼튼히 해야 하고 경제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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