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적자금 상환스케줄을 재조정하면서 상환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예금보험료에 손을 대기로 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8월에도 예금보험료율을 100% 인상한 바 있어 금융기관과 일반 금융이용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예금보험료를 올리면 금융기관들은 비용부담이 커지고, 결국 대출금리나 수수료 인상 등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예금보험료 올려 공적자금 갚는다=정부가 예금보험료율을 또 올리기로 한 것은 공적자금 상환재원을 마련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환위기를 맞아 지난 6월말까지 부실 금융기관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137조5000억원. 그러나 이중 회수된 돈은 24.9%인 34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공적자금 상환만기가 단기간에 집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양대 공적자금 투입기관인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앞으로 갚아야 할 공적자금(채권 원리금)은 ▲예보 96조2000억원 ▲자산관리공사 22조7000억원 등 총 118조9000억원이며 이중 91.0%인 108조원이 2002∼2006년까지 5년사이에 몰려 있다. 특히 부실금융기관에 출자·출연하고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게 주업무인 예보의 경우 앞으로 회수율을 최대한 높인다고 해도 절반 가량은 ‘돌아올 수 없는 돈’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정부가 예금보험기금채권의 상환만기를 10∼20년 늦추는 ‘리스케줄링’ 작업과 함께 예금보험료를 대폭 올리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예보가 갚아야 할 공적자금 가운데 회수불가능한 부분만큼은 결국 예보료를 올려 상환재원을 마련하고, 이것도 부족하면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예보채권의 손실이 30조원이고, 정부가 기금채권 이자를 전액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현재의 평균 예금보험료율(0.156%)을 유지할 경우 예보가 보험료 수입만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7.4년에 이른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공적자금은 그 속성상 국민들이 내고, 국민들이 갚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며 “예금보험료 인상도 이런 맥락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특별보험료 제도는 불발=정부의 예보료 인상폭은 50% 이상이 될 전망이다. 재경부는 지난해 8월에도 예보료를 100% 일괄 인상했기 때문에 이번 인상에 대해서는 금융기관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 제시된 방안이 ‘특별보험료’ 제도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금융회사중 경영이 정상화돼 흑자를 내는 곳에 대해서는 별도의 고율 보험료를 물리자는 것이다. 사고를 많이 낸 보험가입자에게 할증보험료를 받는 개념과 같다. 진념 부총리와 박승 공적자금관리 민간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재경위 국감에서 “특별보험료 제도를 한시적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연구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재경부는 그러나 특별보험료 제도는 도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금융기관이 할증된 예보료를 내면 ‘고비용 금융기관’으로 낙인찍혀 예금자들에게 외면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예보료 할증은 공적자금 투입금융회사의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어 또다른 문제를 야기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량은행들은 자신들이 ‘공적자금을 축낸 국영은행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쓰이고 있다며 예보료 차별화를 주장하고 있다.
/ kyk@fnnews.com 김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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