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결혼 기피와 이혼율 증가에 따른 ‘가족제도 해체’로 요약된다.우리사회의 전통적 구조와 정서가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를 포함한 이 사회는 이를 흡수하고 수용할 대응책 마련은 고사하고 아직은 관심조차 거의 보이지 않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65세 이상의 고령이 전체 인구(4613만6000명)의 7.3%로서 지난 5년 사이에 27.7% 늘어난 반면 생산연령층인 청장년(15∼64세) 증가율은 13%에서 4.1%로 줄어들었다.고령인구를 유소년 인구(15세 미만)로 나눠서 계산하는 ‘노령화 지수’는 25.8에서 35.0으로 높아졌고 중위권 연령 역시 95년의 29.7세에서 32.0세로 높아졌다.고령화 사회와 고령인구 국가로 분류될 수 있는 기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 정도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결혼 적령기(25∼30세)의 미혼율은 5년전에 비해 8.6% 오른 55.6%,31∼34세 연령층의 미혼율 역시 19.5%나 된다. 그 반면 전체 이혼율은 95년(1.0%)의 거의 두배인 1.9%로 높아졌다.특히 40∼44세층 4.3%,45∼49세층 4.4%,50∼54세층 3.7%등 중고년층의 높은 이혼율은 높은 미혼율과 함께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고령층의 급속한 증가와 청장년층 증가율의 둔화는 곧 바로 경제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지게 된다.또 ‘가조제도 해체’의 심화는 고령층 부양을 이제는 가족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맡아야 함을 뜻한다.그러나 고령층 노동력 활용 시스템은 전무한 상태이며 의료 요양 시설 또한 유명무실한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사회는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에 대해 거의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미국 테러사건까지 겹쳐 눈앞의 위기 대책조차 힘겨워하는 정부가 고령화 사회 대책과 같은 장기적인 과제에 눈 돌리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그러나 고식적인 정년퇴직 제도를 비롯한 노동환경 개선과 고령층 부양을 분담하기 위한 경제 사회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급함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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