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정담] 후원금 뒷 예기

가을은 ‘천고원비’(天高員肥)의 계절(?).

후원회가 한창인 요즘 거액의 후원금으로 자금 사정이 넉넉해진 국회의원을 빗대 여의도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우스갯소리다.

후원금 내용은 의원들의 프라이버시에 해당돼 보좌진 사이에서도 금기사항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개인은 2000만원, 법인은 5000만원까지의 후원금을 허용하고 있다. 후원금에 대한 영수증 처리는 필수. 얼마전 여당의 한 의원이 주가조작 등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용호 G&G그룹 회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나 후원금 명목이었다며 즉각 영수증을 공개해 화를 면하기도 했다. 이색적인 후원금 얘기도 들린다.

4선의 중진 의원은 최근 후원금중 이상한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봉투안에는 10만원권 수표와 만원, 천원권은 물론 백원,십원짜리 동전까지 모두 5개씩, 총 55만5550원이 들어 있었다. 돈과 함께 들어 있던 쪽지에는 “다음에도 꼭 당선돼 5선의원이 되라”고 씌어 있었다. 의원은 몇번씩이나 이 봉투를 매만지며 매우 흐뭇해했다고 한다.

의원들이 가장 꺼리는 후원금은 상임위 활동과 관련된 기관들의 돈이다. 간혹 이들 기관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을 되돌려주려는 의원과 이를 거부하는 기관들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하고 끝내 회수를 거부할 경우 ‘우편환 송금’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지난해 후원회를 개최한 의원 226명의 1인당 후원금은 평균 1억8919만원이었다.

/ [e-mail] 박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