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폭로전으로 여야 대치정국이 심화되고 있다. 이때문에 국회 대정부 질문은 나흘째 파행됐다. 여야는 21일에도 막가파식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신경전을 계속했다.
여야간 정쟁과 폭로전은 의레 있었던 일이라 치부한다지만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기간에 국회가 보여준 저질 폭로전과 파행은 한국 정치의 수준을 전세계에 공개한 것 같아 부끄럽기만하다. 더구나 ‘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에 극도의 긴장상태가 조성된 가운데 이뤄진 부시의 방한기간에 취해야할 국회의 역할은 그의 발언을 냉철하게 분석, 국익에 부합한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후 이전투구만 계속하고 있다. 외교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도 부족한 판에 여야는 부시 발언을 당리당략에 이용,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우방의 지도자를 ‘악의 화신’이라 표현하고 확인되지 않은 야당 지도자의 가족사를 폭로한 여당 의원이나 현직 대통령을 겨냥해 ‘부관참시형을 도입해야 한다’거나 ‘현 정부는 김정일 정권의 홍위병’이라고 언급한 야당 의원의 막말은 모두 수준 이하다.
급기야 민주당은 21일 지난달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방미를 수행했던 전현직 야당 의원들이 9·11 테러사건이 일어났던 뉴욕의 한 룸살롱에서 ‘계곡주 파티’를 벌였다는 듣기에도 민망한 얘기를 교포의 제보를 빌려 폭로했다. 2년전 민주당 386 의원들의 ‘광주 5·18 술판’을 떠올리면 ‘×묻은 개가 ×묻은 개 나무란 꼴’이다. 어퍼컷을 얻어 맞은 한나라당이 무엇으로 보복할지 궁금해진다. 새해 첫 임시국회가 이렇게 한달간의 허송세월을 마감해가고 국민들의 짜증은 더해만 가고 있다.
/ pch@fnnews.com 박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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