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거시정책기조 전환의 딜레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2.04.01 07:41

수정 2014.11.07 12:04


지금까지 유지해온 경기진작 위주의 거시정책 기조를 경기진정 기조로 전환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최근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등 경제거품이 우려되고 물가도 상승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어느 방향의 정책기조를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경기진작 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근거는 먼저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한국은행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개인들의 소비심리는 꾸준히 호전되고 있다.한동안 주춤했던 기업의 투자도 회복세를 탈 것으로 보이고 지난해 3월 이후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던 수출도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민간 경제연구소나 외국의 금융기관들은 벌써 올해의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다.지난해 3% 성장에서 올해엔 5∼6%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정부도 수출만 제대로 회복된다면 최소 5%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와 부동산 값이 지나치게 빨리 상승해 거품을 형성할 우려가 있는 것도 경기의 속도조절을 필요하게 한다.정부의 건설 경기진작책으로 부동산 경기는 활황을 넘어 과열현상을 빚고 있으며 투기꾼까지 극성을 부려 수도권은 땅 투기전쟁에 휩싸여 있다.

물가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올해 2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에 그쳤으나 건설경기 과열과 소비지출의 증가추세에다 월드컵 특수 등으로 추가소비가 일어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도 상승하고 있다.

물가가 불안하고 주가와 부동산의 거품형성 우려가 있을 때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인상 등 선제적 정책수단이 필요하다.때가 늦으면 이미 물가는 급등하고 거품은 크게 형성돼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수출과 투자가 제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 않는 우리 경제에 금리인상 등의 경기진정책을 쓸 경우 모처럼의 경기회복세가 냉각될 우려 또한 있다.

수출이 제대로 회복되기 전까지는 경기가 과열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거시정책 방향을 전환하기도 어려울 것이다.다만 부동산 등 과열현상을 빚고 있는 부문은 기업용 토지 공급의 확대와 정부의 강력한 거품방지 대책 메시지의 전달 등 부문별 대책이 계속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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