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민주당이 개최한 ‘은행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 공청회는 은행 대형화 정책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집권당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합병 일변도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제기된 것은 차기 정부의 은행 정책이 일단 은행 대형화 위주에서는 벗어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차기정부가 금융정책에서 중시하는 부분이 은행권구조조정에서 증권·카드·보험 등 제2금융권 구조개선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권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획일적인 대형화보다는 보다 다양한 크기의 은행 육성 및 건전화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또한 조흥은행 처리과정에서 이같은 공청회가 열려 물러나는 현 정부가 신한금융지주회사와 조흥은행간 합병을 강행하기도 어렵게 됐다.
◇은행 획일적 대형화에 대한 성토 일색속, 일부 대형화 찬성의견도=이날 공청회에서는 주제발표자 뿐만 아니라 토론참석자들도 대부분 은행대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은행 대형화가 이자율과 수수료 결정에서 지나친 경쟁을 야기, 은행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대식 한양대 교수는 “우리 정부의 은행 대형화 정책으로 규모만 차별화 됐을 뿐 실질적인 경영이나 서비스는 차별화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주요 은행의 합병 전후과정을 보면 오히려 합병을 안한 은행보다도 구조조정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부 대형 선도은행이 금융 할인점 식으로 이 상품 저 상품 다 파는 것은 전문화된 은행이란 바람직한 모델과도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은행 대형화를 통해 얻는 경영의 안정성은 덩치 큰 기관이 ‘내가 망하면 금융시장이 어떻게 되겠냐’며 정부에 협박할 수 있는 데서 나오는 것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동원 매일경제 논설위원도 “지난해 은행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대형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과당경쟁을 벌였던 가계대출에서 수익이 난 때문”이라며 “올해 가계대출 규모를 은행들이 절반만 줄여도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위원은 “우리 은행시장에서 여전히 ‘오버뱅킹(은행이 지나치게 많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은행시장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 2000년 노·정 이면합의에서 조흥은행 독자생존 합의가 있었음에도 조흥 매각을 강행하게 되면 이는 사회적 동반자관계의 파괴를 의미한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조흥은행을 인수한 기관이 제대로 경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화된 은행 관계자인 전광우 우리금융지주회사 부회장과 최범수 국민은행 부행장은 대형화 자체에는 충분한 당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도 “자발적 대형화는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으나 “은행 대형화보다는 겸업화가 중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한의 조흥은행 인수자금 투명성도 논란대상=이번 공청회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은행대형화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밝힌 직후 16일 조흥은행 처리를 위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이뤄져 관심을 끌고 있다.
공청회에 나온 한 참석자는 “대통령 선거기간 중 당선자측과의 합의에 따라 이번 공청회가 열린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상조 교수는 “신한금융이 조흥은행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부족한 자금을 외국기관으로부터 유치하는 과정에서 신한금융이 상당히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신한금융의 외부자금 차입조건이 자세하게 밝혀져야 하고 공자위는 이런 조건들이 향후 신한금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면밀히 검토한 후에 우선협상자 지정을 위한 회의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9일 국회에서 조흥은행과 신한금융의 입장을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당초 조흥은행 처리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이 예상됐지만 주최측에서 갑자기 조흥은행과 같은 현안이 아닌 은행 대형화 정책에 대한 일반적인 토론장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교수와 박경서 교수는 “예민한 현안일수록 직접 토론을 벌이는 풍토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kschang@fnnews.com 장경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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