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검객-사기꾼 ‘3색 캐릭터 대격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1.16 08:58

수정 2014.11.07 19:44


최대성수기인 설 연휴(1월31일∼2월2일)를 앞두고 극장가가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한 흥행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는 날은 오는 1월24일. 한석규의 스크린 복귀작인 ‘이중간첩’(배급 쇼박스)을 비롯해 중국 장이모 감독의 무협영화 ‘영웅’(코리아픽처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캐치 미 이프 유 캔’(CJ엔터테인먼트) 등 세 작품이 동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캐치 미 이프 유 캔’=톰 행크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가 출연하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흥행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의 또다른 면모를 관찰 할 수 있는 영화다. 196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천재 사기꾼 프랭크 에비그네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번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경쾌한 리듬의 드라마와 유머에도 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잡을테면 잡아봐’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쫓고 쫓기는 자의 이야기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가 아니라 가벼운 미소를 머금게 하는 코미디로 느껴지는 것은 감독이 주인공 프랭크에 대해 갖고 있는 무한한 애정과 포용의 시선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는 악당의 모습이 아니라 어머니의 빈자리 때문에 비뚤어진 천재 소년으로 그려진다.

지난해 12월25일 미국에서 개봉한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의 위세에 눌려 단 한차례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12일 현재 흥행수입 1억달러를 넘어섰다.

◇장이모 감독의 무협영화 ‘영웅’=이연걸, 장만옥, 양조위, 장쯔이 등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영웅’은 ‘붉은 수수밭’ ‘국두’ ‘집으로 가는 길’ 등을 만든 장이모 감독이 연출한 첫 무협영화. ‘와호장룡’의 흥행 성공에 자극을 받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 미라맥스가 총제작비 3500만달러를 투입해 2년동안 기획·제작한 대작이다. 끝없는 살육과 전쟁으로 얼룩졌던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진시황을 살해하려는 전설 속의 자객 파검(양조위)과 비설(장만옥)의 이야기를 화려한 색조의 영상으로 완성해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대목은 레드(赤), 블루(靑), 화이트(白), 그린(綠), 블랙(黑)으로 처리된 화려한 영상. 장이모 감독은 “시적인 영상을 추구한 이번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5가지 색깔”이라면서 “붉은색은 질투와 격렬한 감정, 푸른색은 희생, 흰색은 절실한 사랑, 녹색은 과거의 회상, 검은색은 진나라를 뜻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0일 중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영웅’은 개봉 1주일동안 118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중국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한석규의 스크린 복귀작 ‘이중간첩’=99년 ‘텔미썸딩’ 이후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췄던 한석규가 스크린 복귀작으로 결정한 ‘이중간첩’은 올해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관객들이 가장 보고싶어 하는 작품의 하나. 신예 김현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번 작품은 지난 80년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배경으로 남조선 혁명과업의 임무를 부여받고 위장귀순한 남파간첩 림병호(한석규)의 파란만장한 삶과 좌절을 비장하게 그려낸다.


림병호의 심리적 갈등을 기본축으로 하고 있는 이번 영화에서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고정간첩 윤수미와 벌이는 멜로 부분. 남한에서 라디오 DJ로 활동하며 림병호와 연인관계에 놓이게 되는 고정간첩 윤수미 역은 영화 ‘하루’ 이후 활동이 뜸했던 고소영이 맡아 열연했다. 이밖에도 림병호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는 야심찬 남한 정보요원 백승철 역은 천호진이, 이념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북한 당서열 58위의 고정간첩 총책 송경만 역은 송재호가 각각 맡았다.
영화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노동당 창당기념 열병식 장면은 일본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필름을 토대로 한석규의 모습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재현됐다.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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