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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인 설악, 백담은 아직 ‘참선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2.27 09:10

수정 2014.11.07 18:52


이번주말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선열들의 얼을 기리는 3·1절이다. 우리나라 독립의 큰 힘이됐던 3·1운동이 일어난 날, 가족과 함께 단아한 작은 사찰 백담사를 찾아보자. 3·1운동 당시 독립의사 33인 중의 한 명이었던 만해 한용운의 채취를 느낄 수 있다. 충청도 천안에 위치한 ‘유관순 열사 유적지’도 3·1절에 어울리는 여행지다.

◇백담사=백담사는 용대리마을 매표소에서 백담계곡을 따라 약 6.5km 정도 떨어져 있다. 설악산의 물줄기들이 모두 이 백담계곡으로 모여든다는데 전날 아침부터 내린 은빛 눈이 거대한 바위들을 다 감취버렸다.


걸어서 두시간 정도 걸리는 등산로 내내 수려한 백담계곡이 계속된다. 산밑에는 드문드문 계곡물이 흐르는 모양을 볼 수 있는데 오를 수록 계곡은 거대한 빙산이 된다. 나무에는 눈꽃이 가득 피어있고 돌 위에는 눈버섯이 돋아났다. 인적도 드물어 끊임없이 들리는 물소리만이 깊은 산중의 정적을 깬다. 길이 힘들지 않고 주위 경치가 워낙 수려해 두 시간 트레킹의 수고는 충분히 보상받는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매표소 앞에서 중간쯤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돼 걷는 거리가 반으로 단축되지만 겨울철에는 운행이 중단된다. 입장료는 어른 2600원.

백담사는 신라 진덕여왕 원년(647년)에 자장율사가 창간한 이후 많은 화재와 사연을 지닌 채 1300년을 존속해왔다. 백담사의 현존건물로는 극락보전을 비롯하여 산령각, 화엄실, 법화실, 요사채, 만해기념관과 함께 3층석탑이 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사찰이 계속 화재로 소실되어 폐허가 되므로 이름을 고쳐보려고 애를 쓰던 중 어느날 주지스님의 꿈에 신령스러운 백발노인이 나타나 청봉에서 지금의 절까지 담(潭)을 세어 100개가 되는 장소에 사찰을 건립하면 삼재(水,火,風)를 면하리라고 현몽하기에 현재의 위치에 건립했으며, 담(潭)자는 불의 기운을 막을 수 있다고 하여 백담사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원래 산수가 빼어나고 수도처로서도 손색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위인이 이곳을 거쳐갔다. 그 중 만해 한용운은 동학혁명이 실패로 끝난 뒤 설악산에 들어와 1896년부터 오세암에 기거하다 1905년 27세 때 백담사에서 출가했다. 바로 이곳 백담사의 화엄당에서 ‘님의침묵’이라는 불후의 명작과 ‘조선불교 유신론’이라는 평론집이 탄생됐다.

계곡위를 가르는 돌다리를 두개쯤 건넜을까 드디어 백담사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수심교앞에 다다랐다. 수심교 밑에는 넓은 개울이 있다. 눈밭으로 변한 개울에는 어떻게 내려갔는지 불자들이 소망을 빌며 쌓아 올린 돌탑들이 즐비해있다.

다리를 건너 백담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극락보전이 보이고 좌·우로 화엄실과 법화실이 보인다. 일주문에서 오른쪽에 보면 ‘ㄱ’ 자형의 전통 한옥을 만나게 되는데 이 건물이 ‘만해한용운기념관’이다.

기념관 내부에는 만해 한용운이 백담사에서 불교 개혁의 기치를 들었던 ‘조선불교유신론’과 ‘불교대전’의 원전을 대하게 된다. 만해 생전의 유묵과 ‘님의침묵’ 초간본과 100여종의 판본이 함께 전시돼 있다. 또 3·1 독립운동때 옥중에서 거침없이 쏟아내던 맹렬한 만해의 옥중 투쟁을 보여주는 자료들도 볼 수 있다.

절 안에는 대추차, 인삼차 등의 전통차와 한용운과 관련된 여러가지 기념품들을 판매한다. 한켠에는 김밥, 라면, 과자류 등의 간단한 요깃거리도 있다. 아이들과 절에서 하루 묶는 것도 좋겠다. 1만원.

◇용대리 황태 축제=28일∼3월2일까지 3일간 이곳 용대3리 미시령 삼거리 일원에서 제5회 황태 축제가 열린다. 황태노래자랑, 황태구이 체험행사, 황태 탑 쌓기대회 등 황태를 주제로 한 행사들과 빙벽체험, 잦치기, 노래자랑 등 부대행사들도 다채롭게 벌어진다. 백담사를 다녀 온 후 축제에 참가해 부드러운 황태를 맛보는 것도 좋다. 황태는 눈 많고 바람 무성한 산악 지대에서 말린 명태를 말하는데 밤에 얼어 팽창했다가 낮에 녹아 수축하는 현상을 4개월이나 거쳤기 때문에 바닷가에서 건조한 북어에 비해 속살이 솜같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한겨울 동안 인제군 북면 용대리 30여개 덕장에서 황태가 생산된다.

*찾아가는길=양평, 홍천, 인제를 거치는 국도를 이용해야 한다. 6번 국도를 타고 팔당대교 북단을 지나 양평방향으로 가다 양평의 용두리에서 44번 국도를 탄다.
인제와 원통을 지나면 한계민예단지가 있는 한계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미시령과 진부령으로 이어지는 46번 국도로 좌회전한다. 이 길을 따라 10분쯤 달리면 길 왼쪽으로 백담사 이정표와 진입로가 나온다.
서울 팔당대교 북단에서부터 약 3시간 정도의 거리다.

/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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