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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소설-에덴의 북쪽] 서랍 속의 반란 ⑮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3.10 09:13

수정 2014.11.07 18:39


렌트한 승용차의 자동키를 철컹 누른다. 권충길도 따라 나온다.

“아니, 지금 웅철군 만나러 가는 겁니까?”

“그렇소만.”

“저도 좀 데려가시면 안되겠습니까?”

“왜, 권대리도 시위에 참석하려구?”

“대리라뇨? 어제 날짜로 목이 잘려서 지금은 실업자라니까요. 하긴, 그래서 부장님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다소 수다스럽긴 해도, 남자다운 강한 면모를 언뜻언뜻 내비치는 권충길을 강선우는 굳이 내버리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웅철이 놈과의 관계가 각별한 것 같아서 더욱이나 그러하다.

“타쇼.”

강선우가 말한다.


“감사합니다, 부장님.”

“한가지 물어봅시다.”

강선우가 자동차 속에서 입을 연다.

“웅철이 핸드폰이 왜 불통이죠?”

“아, 그거요? 웅철군이 번호를 바꿔버렸습니다. 하도 귀찮게 하는 아이가 있어서….”

“그게 누군데요?”

“물론 여자애죠.”

“여자애라면….”

“글쎄요. 어디 한두 명이라야 이름을 알죠. 솔직히 웅철군이 오죽 잘 생겼습니까? 웬만한 탤런트는 저리가라 아닙니까. 게다가 공 잘 차지, 성격 좋지, 돈 잘 쓰지… 여자애들이 줄줄 따르다 못해 팬클럽을 만들 정도라니까요.”

“혹시 그 애들 가운데 김은희라고 아쇼?”

강선우가 무엇보다 궁금하게 생각했던 내용이다.

“아, 김판수 회장 따님 말씀인가요?”

그 일을 상세히 알고 있는 걸 보면, 권충길의 말대로 웅철이 놈과 보통 관계가 아닌 것 같다.

“권대리도 알고 있었구만.”

“그럼요. 김은희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얼마 전만 해도 일주일에 서너차례 교복차림으로 축구장을 찾아오곤 했으니까요. 한데 김판수 회장 사모님이 보낸 사람들이 웅철군을 닥달하고 나서는… 김은희의 모습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회장 사모님이 보낸 사람들이 누군데?”

“조직 폭력배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조직 폭력배?”

“말은 경찰청 특수팀이라고 했지만, 우리가 보기엔… 그 쪽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래, 웅철이가 그 놈들한테 순순히 무릎을 꿇었단 말이오?”

“떡대들이 다섯 명이나 들이닥쳤으니까요, 한데….”

권충길이 갑자기 말 끝을 흐리며 강선우의 얼굴을 바라본다.

“한데, 뭐요?”

강선우가 채근한다.

“이런 얘기를 해도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얘긴데?”

강선우가 핸들을 잡았던 손으로 권충길의 어깨를 다독다독 두들기며 말을 잇는다.

“나한테는 해도 괜찮아, 웅철이 외삼촌이니까.”

“소문이 말이죠… 회장 사모님은 막상 웅철군을 묵인하고… 막지 않았는데, 조국환 부회장이 도리어 화를 내며 만나지 못하게 깡패들을 보냈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게 사실이야?”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암튼 소문은 그렇게 났습니다. 아니, 웅철군한테 직접 전화도 왔으니까요.”

“무슨 전화?”

“조국환 부회장 전화 말입니다.”

“웅철이한테 직접 전화를 걸었다구?”

“그렇습니다, 부장님.”

동남 본사 앞은 기동 경찰로 까맣게 덮여 있다시피 한다. 완전 통제 상태다. 자동차도, 사람도 통행할 수가 없다.
강선우는 선글라스를 낀다.

옆자리의 권충길을 본다.


“당신 운전할 줄 알아?”

“그럼요. 이래봬도 녹색 면허증입니다.”

“그래, 이 차를 가까운 주차장에 세워놓고 저기 카페로 오지.”

“채플린 말입니까?”

“그래, 채플린 카페.”
/백시종 작 박수룡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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