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정서담은 애니메이션 격돌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4.17 09:23

수정 2014.11.07 18:00


25일 애니메이션 한·일전이 벌어진다. 한국의 ‘오세암’과 일본의 ‘모노노케 히메’.

외형으로만 보면 게임이 되지 않는 싸움이다. ‘모노노케 히메’는 제작비 240억원을 들인 대작인 반면, ‘오세암’의 제작비는 이에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15억원에 불과하다.

애니메이션의 세계적인 거장으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적인 작품 모노노케 히메는 지난 97년 일본 개봉 당시 14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경이적인 흥행기록을 수립했다. 한국에선 월령공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모노노케’(物の怪)는 ‘사람을 괴롭히는 저주의 신’을, ‘히메’(姬)는 ‘아가씨’를 뜻한다.

반면, 오세암은 탄탄한 스토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원작인 고 정채봉의 오세암은 국내 동화로선 보기 드물게 지난 85년 발표 당시 10만부가 넘게 팔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정채봉 작가는 국내 동화작가로는 처음으로 독일(물에서 나온새)과 프랑스(오세암)에서 작품을 번역 출간했다.

◇오세암=‘하얀마음 백구’에서 토속적인 화면을 보여준 성백엽 감독과 그 제작팀이 만든 애니메이션답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가 스크린 가득 배어나온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새빨간 단풍잎이 날리는 아름다운 풍경은 제작진이 설악산의 단풍을 사진에 담아 그렸다. ‘오세암’은 다섯살배기 길손이 앞 못보는 누이 감이와 엄마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다. 앞못보는 누이를 위해 길손은 풍경하나 하나 설명한다.

“누나,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하늘처럼 생긴 물인데, 꼭 보리밭같이 움직여.”

우연히 길에서 스님을 만나 절에서 살게된 길손은 하루라도 말썽을 피우지 않는 날이 없다. 법회중인 스님의 신발을 나무에 달아놓고, 목욕 중인 스님의 옷을 몰래 들고가 노루에게 입히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한번만이라도 엄마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길손은 ‘마음공부를 하면 안 보이는 것도 볼 수 있다’는 스님의 말을 듣고는 ‘마음공부’를 하기 위해 스님을 따라 깊은 산골의 작은 암자로 떠난다. 말썽꾸러기 길손이의 엄마를 향한 그리움은 영화를 보는 내내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모노노케 히메=히사이시조의 웅장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고대 원시림의 절경은 관객을 압도한다. 신들의 숲은 일본에서 조엽수림(도토리나 잣 등 열매를 가진 상록 활엽수)이 남은 ‘야쿠시마’를 직접 촬영해 사실감을 극대화시켰다. 또 효과음으로 산속의 공기소리를 녹음해 사용해 신비감을 더했다.

‘모노노케 히메’는 일본의 중세 무로마치 막부시대를 배경으로 멧돼지, 들개 등 동물신과 생존을 위해 숲을 파괴하고 제철소를 넓히려는 인간과의 싸움을 그렸다. 북쪽의 끝, 에미시족 마을에 재앙신이 나타난다. 이 부족의 후계자인 소년 아시타카는 저주받은 멧돼지 신의 공격을 받은 이후 팔에 지워지지 않은 멍이 든다. 아시타카는 저주의 비밀을 풀기 위해 서쪽의 시시숲을 향해 떠난다.
그러나 시시숲은 숲을 확장하려는 타타라 제철소 마을 주민과 숲의 신들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을 벌이는 전쟁터다. 아시타카는 들개의 신 모로에게 습격을 받고 계곡으로 떨어지는 타타라의 주민을 구하다가 모로가 키운 산(모노노케 히메)을 만난다.


‘모노노케 히메’는 화승총 제철소로 대표되는 인간의 자연 파괴를 통해 어린이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전체관람가.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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