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아샨티 부족은 자녀들의 이름을 태어난 요일에 따라 짓는다.
그들은 월요일에 태어난 아이들은 품행이 바르고 수요일에 태어난 아이들은 쉽게 화를 내고 흥분한다고 믿는다. 세월이 흐른 뒤 아샨티 부족 아이들을 조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똑같이 싸울 기회가 주어졌을 때, 월요일 아이들은 덜 싸우려고 하고, 수요일 아이들은 싸움을 잘 한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신도 모르게 ‘선입견’을 갖게된 것이다. ‘나는 얌전하다’ 또는 ‘화를 잘낸다’. 이러한 ‘선입견’으로 진실의 여부를 판단하는 심미안이 흐려지는 경우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마고21’ 이정호사장은 극장 배급에 불만을 터트렸다. 바로 애니메이션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장사가 잘 안된다는 극장측의 생각이 ‘오세암’의 상영을 막고 있습니다.”
지난 1일 개봉된 애니메이션 ‘오세암’은 5일까지 전국 6만명, 12일까지 9만명이 관람했다. 물론 요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살인의 추억’과 ‘엑스맨2’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안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마리이야기’가 개봉 첫주 5만명 수준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
개봉초기 1∼3회, 또는 1, 3, 5회 등 제대로 제 상영회수를 채우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51개관이었던 오세암 상영극장은 현재 서울 김포공항에 위치한 ‘엠파크’와 지방 15개관 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오세암’ 종영을 반대하는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애니메이션서포터즈모임(KAF)은 지난 9일부터 ‘오세암 조기종영 반대 및 재개봉 요청’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애니메이션 동호회들와 오세암 홈페이지(http://www.anioseam.co.kr)에도 극장수를 늘리라는 관객들의 요청이 쇄도할 정도다. 영화인들은 늘 영화를 문화산업이라 말하며 세금감면등 각종 특혜를 주장해 왔다.실제로 각종 혜택도 보고 있다.이쯤되면 돈이 안되니 간판을 내려야 겠다는 논리보다 문화적측면에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툭하면 딴지를 걸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극장앞에서 오세암 다시 걸라고 데모라도 하고 성명서도 발표해야 공평한 듯 보인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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