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눈에 띄는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사냥은 SK㈜의 1대 주주로 등극한 소버린자산운용, 기아특수강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제조업 유통 금융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재계는 이런 외국자본의 대거 유입은 국내 기업경영에 자본의 유동성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갖기도 하지만 국내 주력사업 매각에 따른 한국경제의 성장기반 잠식 등의 부정적 효과 또한 만만치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매각 완료 또는 진행중인 제조·유통업체=기아특수강의 매각을 주관하는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12일 입찰제안서를 마감하고 가장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스틸그룹(ISG)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대우종합기계는 최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KAMCO)가 지난 16일 지분 매각을 위해 주간사 선정 입찰을 실시했으며 이번 주중으로 매각주간사를 선정, 구체적인 회사 구조조정 및 매각 방식을 검토하는 등 매각을 위한 본격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캠코는 올초 대우종합기계의 특수사업(방위산업) 부문을 물적 분할한 뒤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인수합병(M&A)을 통해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며 그동안 칼라일그룹 계열의 방산업체인 UDLP사가 방산부문 인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미니스톱을 운영하는 대상그룹도 자회사인 대상유통 지분 55%를 일본 미니스톱에 매각할 예정이다. 대상그룹은 21일 일본 미니스톱 본사에서 지분 매각계약을 체결하고 내달 30일까지 양수·양도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한화그룹도 보유중인 FAG한화베어링의 합작지분 30%를 합작 파트너인 독일의 FAG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뉴코아도 해외자본인 메리츠증권과 컨소시엄을 형성한 ㈜유레스가 법원에 의해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선정됨에 따라 실질적인 해외자본 유입에 의한 M&A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또 한보철강 역시 미국 뉴코어사 버밍엄스틸 푸르덴셜 등 해외 19개사가 참여한 다국적 컨소시엄인 AK캐피털과의 인수작업 마무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금융권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투자신탁증권과 현대투자신탁운용의 경우 미국의 종합금융사 푸르덴셜에 5000억원에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지난달 체결했으며 국내 최대 리스회사인 개발리스 인수전에도 GE캐피털과 론스타 등 외국계 자본이 대거 뛰어든 상태다.
부산은행은 최근 최대주주가 롯데장학재단에서 미국계 투자자문사인 CRMC로 바뀌었다. 일단 CRMC측은 주식취득 목적에 대해 “금융소득을 목적으로 해당 주식을 사들였다”고 전제했지만 금융계에서는 이와관련해 M&A 또는 경영권 개입의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태다.
이외에도 향후 한국 기업의 지분 투자를 위해 국내 시장에 진출한 미국 캐나다 홍콩 등 외국계 에쿼티 펀드는 50여개사로 알려져 당분간 해외자본의 한국기업 사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되는 부작용=이같은 외국자본 유입에 대해 재계는 최근 진로 법정관리신청, 소버린 자산운용측의 적대적 SK텔레콤 M&A 위기 등에서 경영권 위협이 불거진 이후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표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이 대세인 만큼 외국자본의 적절한 유입은 국내기업에 구조조정의 기회를 확대하고 재무건정성 및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선진 경영체제를 다지는 효과가 있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의 진로 법정관리 신청이나 SK에 대한 소버린측의 적대적 M&A 위협에서 지켜봤듯 무차별적인 외자도입에 따른 국내 성장기반 잠식 및 경영일선에 혼란 초래 등의 부작용도 결코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주주 지분정보 제공업체인 에퀴터블은 이날 SK그룹과 한화그룹의 내부 지분율이 지난해 말 기준 각각 0.8%, 1.8%에 불과해 이들 그룹의 경영권 지배력이 취약하다고 지적해 외국자본에 의한 경영권 잠식 가능성을 시사해 관심을 끌었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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