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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전세시장 긴급점검] 새아파트 넘쳐 값 10%이상 빠져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7.14 09:48

수정 2014.11.07 15:53


방학 이사철 성수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전세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후 계속된 아파트시장의 호황과 저금리 추세로 세입자들이 대거 내집마련에 뛰어든 데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늘면서 상대적으로 전세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서울지역의 경우 지난주까지 14주째 전세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져 대부분의 단지에서 전세가격이 연초대비 10%이상 빠졌다. 신규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공급을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수요는 거의 없어 전세물건 적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수도권과 신도시 등지도 대부분 가격하락세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역전세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일부지역의 오래된 아파트는 전세가격 하락이 매매가격을 끌어내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가운데서도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이 넉넉한 편이어서 전세가격 약세는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강남권= 교통과 교육여건,생활편의 여건이 뛰어나 그동안 강남권에서도 대표적인 전세 물건 품귀현상을 보여온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경우 전세가격이 연초대비 5000만원 가량 하락했지만 최근들어서는 찾는 사람이 없다.

이 일대 아파트 전세시장은 비수기인 4월이후 본격적인 약세를 보이다가 정부의 5·23조치 직후 매매가 중단되면서 전세가격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압구정동 구현대 54평형은 3억8000만∼4억원에 전세 물건이 나와있지만 수요가 없어 매물이 적체상태다. 이 아파트는 연초 4억5000만원에 전세가가 형성됐었다.

압구정역 인근 소망부동산 차태환 실장은 “전세는 물론 매매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 이처럼 전세물건이 장기 적체상태로 남아있기는 최근 몇 년 사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송파구의 주요 아파트 역시 전세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아파트는 연초에 비해 1000만∼2000만원정도 전세가가 하락했다. 43평형은 연초보다 1000만원 정도 하락한 2억5000만∼2억6000만원선에 전세가가 형성돼 있다.

에덴부동산 박기석 사장은 “방학이사철을 맞고 있는데도 전세물건을 찾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연말까지는 현재의 전세가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목동권=목동신시가지 일대 전세시장도 매수세가 끊기긴 마찬가지다. 특히 이 일대는 신규 입주물량이 많고, 강서권 일대에 공급이 폭주한 다세대주택의 영향이 결정적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목동신시가지의 경우 466가구의 ‘하이페리온’이 이달부터 입주가 시작된 것을 비롯해 ‘칸타빌’ 등 신규 입주아파트가 1000가구를 넘는다. 다세대주택 역시 아직도 빈집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목동권의 경우 전세가격이 한달 전에 비해 1000만∼2000만원 떨어졌다.

목동 2단지 장승백이 공인 관계자는 “새 아파트로 이사가는 목동 거주자들이 기존 집을 세를 놓으면서 전세물건이 더 늘었다”며 “공급 초과상태여서 전세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도봉권=강북지역의 경우 오래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도봉구 상계동 극동아파트 25평형은 9000만∼9500만원에 전세가가 형성돼 있지만 8500만원선에 급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이 아파트는 연초 1억∼1억500만원에 전세가격이 형성됐었다.

역시 도봉구 창동의 대우아파트도 전세가격이 연초대비 1000만∼2000만원 하락했다. 이 아파트 24평형은 전세가격이 연초보다 1000만원이상 하락한 9000만∼1억원선에 형성됐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매물이 쌓이고 있다.

노원구 7호선 부동산 장정홍 사장은 “전세가격 하락이 매매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추세”라며 “특히 오래된 아파트에 작은 평형일수록 전세가와 매매가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신도시=일산신도시의 경우 신도시 서북측 대화지구내 분양 아파트들에 대한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전세 물량이 넘치고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산 주엽동 이화공인 관계자는 “일산신도시에 거주하던 세입자들이 분양받은 대화지구내 아파트로 빠져 나가면서 전세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이 일대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20%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산 후곡마을 태영13단지 31평형은 연초 1억3500만원에 전세시세가 형성됐으나 지금은 1억500만원까지 떨어졌다.

분당신도시는 백궁역세권의 메머드급 주상복합단지 입주가 잇따르면서 기존 전세시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분당신도시 기존 아파트 거주자들이 대거 이곳으로 이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궁역세권에는 이미 로얄팰리스, 아데나팰리스, 아이스페이스 등의 주상복합이 입주했거나 입주중이다. 이들 물량만 다 합쳐도 약 3000여 가구에 달한다.
이어 위브, 파크뷰 등도 줄줄이 입주대기 중이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전세가격이 연초에 비해 중소형 아파트가 1000만∼2000만원, 50평형이상의 대형아파트는 2000만∼3000만원 떨어졌다.


수내동 궁전공인 관계자는 “주상복합 뿐만 아니라 전세 대체물건인 오피스텔도 공급이 많아 분당의 전세시장은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sunee@fnnews.com 이정선·전용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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