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상으로는 근엄하기 이를 데 없지만 실제로는 동고동락했던 모든 이들에게 깊은 정을 간직하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20년 이상을 고 조홍제 회장과 함께 했던 배기은 화진데이크로 회장(전 동양나이론 사장)의 조회장에 대한 기억이다. 특히 한번 믿으면 철두철미하게 신뢰해 마음을 주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질 않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두려운 존재’였다고 한다.
“60년대 중반 동양나이론을 세울 때였습니다. 저는 당시 30대의 영계였죠. 어리고 경험도 얕아 책임을 맡는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으나 젊은이의 정열 하나만을 믿고 전적으로 맡겨주었습니다. ‘무인들이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때 제가 그랬습니다.”
배회장은 ‘조회장의 의지와 신념이 남달랐다’며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을 위해 일본에 1년여 체류할 당시의 얘기를 꺼냈다. 그에 따르면 조회장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사업구상과 자료검토에 몰두했으며 육순 가까운 나이에도 언제나 가장 먼저 일어나고 자정이 넘도록 일을 했다. 덕분에 실무자들이 당황할 정도로 많은 내용을 머리 속에 그려넣고 있었다.
배회장은 조회장의 경영철학과 관련, “인본주의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바로 사람이 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 사람은 인격과 능력면에서 부단히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구성원 개개인이 주어진 업무에 관한 한 최고경영자와 동일한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판단하고 처리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구성원들이 창의적인 활동을 보다 열성적으로 하게 마련이라는 거죠.”
이와함께 배회장은 조회장의 진가를 “책임을 묻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정을 내릴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만 일단 결정이 내려지고 얻어진 결과에 대해서는 담당자가 최선을 다한 이상 성패에 관계없이 책임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일을 하는 사람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돼 일에 전념하게 되죠. 이것이 효성의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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