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시간강사문제가 불거지더니 이번엔 초·중·고교에 근무하는 기간제 교원의 처우개선 문제가 교육계의 핫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3월 기간제교원 차별대우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개선 권고가 계기가 됐다.
인권위는 당시 한 기간제 교원이 “정규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고용상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며 서울 H중 교장과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진정 사건에서 “기간제 교원 차별대우는 평등권 침해”라며 이를 시정할 것을 관계기간에 권고했다.
이에따라 교육부는 지난 18일 기간제 교원의 방학중 급여지급, 정교사 수준의 휴가 허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간제 교원 처우개선지침’을 발표했다.
▲교육부 개선안 실효성 의문=그러나 교육부의 이번 지침에 대해 당사자인 기간제 교사들은 실효성 없는 대안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이 지침이 각 시·도 교육청의 세부안 작성 단계를 거쳐 일선 학교에 전달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 지침 자체가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기간제교원들의 말이다.
서울 A중학교의 한 기간제 교사는 “기간제 교사들의 방학 중 근무일수나 급여문제는 학교장의 재량으로 정해진 상태”라며 “교육부의 권고사항을 일선학교가 받아들일 확률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 B초등학교 교사도 “신분이 불안한 기간제 교사는 방학중에도 매일 나와야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며 “지금의 정서로는 학교에서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방학동안에도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정교사와의 차별에서 오는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도 “교육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교육부 지침이 나왔다고 해서 갑자기 호봉을 인정하고 이에 맞는 급여를 지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기간제교원 처우 무엇이 문제인가=교육부가 마련한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 개선방안’은 인권위의 결정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 문제는 일선 시·도교육청에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간제 교원은 정규교사 자격증 소지자 중 정규교원의 휴직, 파견 등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계약제로 임용된 임시교사다. 이런 임시교사는 최근 초등교사 부족난과 교사들의 대도시 학교 선호 등으로 인해 농·어촌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예컨대 전국 초·중·고교 기간제 교원수는 1999년 5600여명, 2000년 1만6100여명, 2001년 1만3300여명, 2002년 2만여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약자일 수밖에 없는 기간제 교원에 대한 불평등 계약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교사와 같은 자격을 갖추었음도 불구 이들은 낮은 보수와 방학 중 보수 미지급, 퇴직금 미지급, 연가 불허 등 불평등한 근무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퇴직금의 경우 일부 학교에서 재직기간이 1년이상 돼야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해 1년 계약시 ‘3월 1일’을 제외함으로써 1년에서 하루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주지 않는다.
또 학교측이 방학 중 보수를 지급하지 않기 위해 1년단위의 계약을 하면서도 3∼8월, 9∼12월로 나눠 계약하는가 하면 호봉을 산정할 때 교원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고 기간제교원들은 말한다.
사립학교에서는 출산휴가나 병가 등으로 인한 수업공백을 없앤다는 기간제 교사 도입 취지와 달리 정규교사를 줄여 인건비 절약 수단으로 기간제 교사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간제 교사들의 불만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사건은 신분이 불안한 기간제 교사에 대한 불합리한 업무분장이 갈등요인이 됐다.
하지만 시간강사처럼 신분을 보장받을 수 없는 기간제 교사들은 재계약 외면 등 자신에 대한 불이익을 우려해 제대로 항의표시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장기적으로 기간제 교원 수요를 줄이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처우 불평등을 없애고 이를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해 처우개선을 유도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기본 방침이다.
지금으로서는 이렇다할 대안이 없는 셈이다.
“이번 지침은 현재 학교측과 계약을 마친 기간제 교사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들의 처우개선과 행정의 경제성·효율성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일은 각 시·도 교육청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의 말이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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