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조제해 주는 알약을 잘 삼키지 못해 곤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통째로 먹자니 너무 크고 부숴 먹자니 너무 써서 목에 넘기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때문에 사람에 따라 약을 복용하는 습관도 가지각색이다.
어떤 사람들은 알약을 가루처럼 부숴 먹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씹어먹거나 반으로 잘라 먹기도 한다.
하지만 몸속에서 일어나는 약의 작용 메카니즘을 알고나면 약을 어떻게 먹는 것이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
보통의 알약은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에 젖당(유당)이나 전분과 같은 부형제를 섞어 만들어 놓았다. 단순히 이런 형태로 만들어진 알약은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 먹기도 불편하다.
제약사들이 알약의 표면을 코팅처리해 먹기편한 캅셀제 형태로 출시하고 있는 것은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또 표면을 코팅처리한 알약은 부드러우면서도 약성분이 갖는 고유의 쓴맛을 방지해 주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도 유난히 알약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겐 코팅처리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약을 잘 복용할 수 없는 노인들이나 어린아이 등에게 알약을 부숴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모든 알약을 부숴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정제는 부숴먹어도 되지만 코팅처리된 알약은 가능한 본래의 모습대로 복용하는 것이 좋다.
부숴먹으면 우선 껍질이 생겨 복용이 더 힘들 수 있다. 특히 위를 통과해 장에서 흡수되도록 만들어진 ‘장용정제’는 절대 부숴먹으면 안된다.
소화제 ‘훼스탈’이 대표적으로, 이런 약을 부숴먹으면 성분이 위에서 모두 흡수돼 본래의 목적인 장에서의 약효를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몸속에서 약성분이 서서히 방출되도록 만들어진 ‘아스피린’과 같은 ‘서방형’ 정제도 마찬가지다.
다만 코팅처리된 알약이라 할지라도 복용의 편의성을 위해 필름코팅처리된 ‘아로나민골드’(활성형종합비타민제)나 복용시 약의 고약한 냄새를 감추고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성분을 첨가해 코팅처리한 ‘정로환’(정장지사제) 같은 ‘당의정’은 가루로 내어 먹어도 약효에는 별 차이가 없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가루로 부숴놓은 알약을 오랜시간이 지난 뒤에 복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기중의 습기와 반응해 약효가 변질될 우려가 있어서다. 또 부숴 먹게되면 약이 너무 써서 복용이 더 힘들 수 있다.
정히 알약을 먹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간단한 음료나 음식 등과 함께 복용해보는 것도 알약을 잘 먹을 수 있는 한 방법이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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