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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약이야기] 봉독과 관절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9.22 10:07

수정 2014.11.07 13:51


‘당신의 관절은 안녕하십니까’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고통스런 질병 중 하나는 역시 관절염이다.인류역사와 궤를 같이 하면서 인간을 괴롭혀 온 가장 오래된 질환 중 하나다.

관절염은 관절과 관절 사이에서 스펀지 역할을 하는 연골조직이 손상돼 나타나는 질환이다.관절염 중 가장 흔한 증세는 추운 겨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퇴행성(골)관절염. 2001년말 현재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6%에 이른다. 또 중년 이후가 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최소 한가지 이상 관절질환을 호소한다.

자주 재발해 관절부위에 통증을 주는 이 질환은 아쉽게도 아직 완벽한 치료가 없다.그래서 인류는 오래전부터 꿀벌의 독인 ‘봉독’(蜂毒)을 관절염이나 신경통 등 각종 통증질환에 특효약처럼 사용해왔다.

‘봉독약침요법’도 이중 하나다.
이때의 봉독은 벌독 자체가 아니라 꿀벌에서 추출해 낸 벌독을 정제과정을 통해 만든 맑고 투명한 액체다.섭씨 100℃에 끊이거나 0℃로 얼려도 성분이나 효능이 변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봉독약침요법이란 바로 이 액체를 환자의 체질이나 질병에 따라 경혈에 주입하는 한방치료법이다. 봉독의 효능을 한의학의 침구술과 결합한 셈이다.

봉독에는 멜리틴·아파민·포스포리파제 등 무려 40여종의 성분이 들어있다. 이런 성분들이 항염증·면역기능조절·신경장애개선·혈액순환개선 등의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뇌하수체와 부신피질계를 자극하여 호르몬분비를 촉진하고 동통을 억제하는 효능도 지녔다.

이때문에 봉독은 예로부터 관절염 뿐 아니라, 만성요통, 디스크질환, 어깨통증, 섬유근통, 산후관절통, 염좌 등 각종 통증질환에 활용했다. 이밖에도 신경염(증)이나 다발성경화증, 발기부전, 우울증, 만성피로증후군, 비만, 탈모, 알러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영약(靈藥)처럼 사용돼 왔다.

그래서일까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봉독을 ‘신비한 약’(arcanum)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봉독은 뇌혈관·심장·결핵·당뇨·신장 질환보유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중증 당뇨환자는 주의해야한다. 봉독은 부신피질스테로이드호르몬을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어 혈당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봉독을 사용하는 중에 술을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 알콜은 봉독을 분해하는 작용이 강하기 때문이다.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 봉독의 역사

인류 역사에서 언제 봉독이 처음 사용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각종 문헌을 보면 수천년전부터 민간에서 자연치료법으로 사용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기원전 2000년, 고대 이집트 문헌인 파피루스나 바빌로니아 의서에는 봉독이 치료목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최초의 침구학문헌인 마왕퇴의서(기원전 168년)에는 ‘벌에 쏘인 닭고기덩어리를 식초나 대추기름에 담근 후 아픈 부위에 발라 치료했다’는 기록도 있다. 인류가 오래전부터 봉독의 효능을 애용했던 셈이다.


봉독은 지금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질환치료제서의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봉독의 구성성분과 화학적 작용, 통증 및 면역관련, 암과 에이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의 한 제약사가 봉독을 관절염치료제로 개발, 최근 식약청으로부터 천연물신약으로 승인받은 것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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