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금융허브 육성을 위한 정책과제

이연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0.20 10:14

수정 2014.11.07 13:05


금융허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외국 금융기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은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 배양과 더불어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유치 방안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외국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국내 금융시장에 진입하려는 유인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의 활발한 금융거래와 함께 자유로운 영업활동이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수익성이 없고 금융활동에 제약이 많은 금융시장에 외국 금융기관들이 진출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선결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정책과제를 몇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외환 및 자본거래 자유화를 통해 외국인의 국내 금융활동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의 자본거래를 규제하는 부분이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비거주자의 원화증권발행 제한, 원화차입 제한, 비거주자간 원화거래 규제 등의 잔존규제를 들 수 있다.
국내 금융거래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잔존규제의 완화 또는 철폐를 통해 자본계정에 대한 태환성을 보장하여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국가위험을 없애주고 편의성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원화의 태환성이 보장될 경우 해외 투자가들의 국내참여가 본격화될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선진화되어 우리나라가 동북아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금융허브로 발전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시장의 국제화 추세에 따라 각국 금융기관들은 규모의 경제 및 범위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동종 업종간 또는 이종 업종간 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통적으로 분업주의를 고수해 온 국가에서조차 금융기관별 장벽을 낮춤에 따라 업종간 구분이 모호한 경계영역 업무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외국 금융기관에 우호적인 금융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동북아지역의 금융중심지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금융관련법을 네거티브 체계로 전환함과 동시에 은행, 증권, 보험 등 권역별로 구분되어 있는 법체계를 진입 및 업무영역, 자산운용, 감독기구 등의 기능별 체계로 재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해외 금융기관 및 금융시장과의 연계 강화는 우리나라가 동북아지역의 금융중심지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해외시장과의 연계성이 강화될 경우 시장참여자들의 편의가 증대되어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을 촉진하는 유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의 유동성은 더욱 확대되어 이를 통해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이 더욱 증대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은 선도적 국제금융기관과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고 국내 증권거래소는 원격지회원제의 도입, 교차상장 및 교차거래의 활성화 등을 통해 해외 증권거래소와의 상호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외환보유액 또는 공적 연기금 등의 정부보유자산의 일부를 맡겨 운용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외환보유액 운용기관인 정부투자공사(GIC)를 동원하여 싱가포르에 진출하는 대형 국제적 금융기관들에 자산관리업무를 위탁관리하는 방식으로 유인을 제공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투자공사 및 통화당국이 공동으로 360억달러를 출자하여 외국계 소형 자산운용회사의 국내 유치와 국내 자산운용회사의 설립을 유도하기 위한 종자돈(seed money)으로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전문인력 확충도 우리나라가 동북아지역의 금융허브로 발전하는데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다. 금융전문인력을 내부적으로 확충하기 위해서는 국내 금융기관의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전문인력 양성기관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 교육훈련기관의 국내진입 허용을 통해 국내외 교육훈련기관의 자유경쟁체제를 유도함으로써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금융전문인력을 확충하는 또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한편, 금융전문인력은 외국의 우수한 전문인력의 국내 유치를 통해서도 확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거주환경의 개선, 출입국 절차 및 비자발급 조건의 완화 등을 통해 외국의 우수한 전문인력이 국내에 장기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국제금융팀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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