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포럼-정책 이렇습니다] 지식정보화 사회의 직업훈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11.02 10:18

수정 2014.11.07 12:45


정보기술혁명과 세계화로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은 원래 발흥했던 서유럽 해안에서 2세기 동안 거의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매우 느렸고 실제로 19세기 중반까지 영국에서조차 대다수 산업부문과 국민총생산(GNP)의 절반은 새로운 산업기술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새로운 정보기술은 1970년대 중반 이후 20여년만에 전광석화처럼 세계 전역으로 파급되어 산업구조와 생활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약해지고 전세계적인 무한경쟁이 빨라지면서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에 부단한 혁신과 자기계발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육체노동이 생산성을 좌우하던 산업사회에서 지식과 정보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지식정보화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고 활용하는 주체로서 인적자원이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과 미래는 지식 근로자 양성과 그들이 창의와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결정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 새로운 인적자원 개발전략이 필요하다.

또 지식기반경제로의 진전은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지만 숙련도가 낮은 인력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으며 산업간, 직종간 인력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된다. 노동 이동성이 높아지고 고용형태가 다양화되고 있으며, 고령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로 직업훈련 대상자도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평생능력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취업취약 근로자의 능력개발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춰 노동부는 지식기반훈련 인프라를 더욱 확충하고 노사의 자율적인 훈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훈련방법을 개발하는 등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초기업단위 직업훈련과 근로자의 자율 훈련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그동안 정부는 사업주가 하는 직업훈련을 위주로 지원했으나 지원대상을 더욱 다양하게 할 계획이다. 사업주가 직업훈련을 꺼리는 중소기업 근로자, 비정규 근로자부터 단계적으로 수강지원금 등을 통해 근로자의 자율 직업훈련에 대한 지원을 넓힐 것이다.

근로자단체, 업종별단체 등 초기업 단위의 직업훈련에 대한 지원도 확충할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특성화된 제도가 부족해 대기업 근로자와 직업훈련에서 형평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대기업이 협력업체 등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직업훈련을 하는 경우에 우대 지원하며, 중소기업의 직업훈련에 대한 지원 범위와 수준을 확대할 것이다.

또한 노사참여형 직업훈련을 뿌리내리기 위해 정부가 직업능력개발 기본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노사단체가 참여해 의견을 내놓도록 하는 등 노사 당사자의 역할을 높이겠다. 아울러, 지금까지 한 집체훈련 방식에서 벗어나 시공간적 제약을 덜 받고,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e-Learning’ 등 대안 훈련법을 찾아내 활성화할 계획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무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핵심전략이 인적자원개발이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노와 사의 자발적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자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근로자에 대한 관리와 감독보다는 자율과 책임을 보장해 주고 자발성과 창의력을 발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하며, 특히 인적자원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노사협력을 통한 인적자원개발은 조직과 직무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궁극적으로 노사간 신뢰형성과 노사관계 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근로자에게 평생에 걸친 능력개발은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됐다. 새로운 고용환경에 움츠리기보다는 고용능력(employability)과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평생학습이 단체협상과 노사정 대화의 핵심 과제로서 활발하게 논의해 왔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근로자와 기업,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노동계와 재계가 모든 근로자들이 평생동안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권리를 인정하는데 합의했다고 한다.

지식정보화시대로의 전환은 우리에게 도전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시대의 변화를 바로 보고 앞날을 대비할 수 있는 혜안(慧眼)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때다. 11월은 ‘능력개발의 달’이다.
청년실업, 중소기업 인력난, 고령실업 등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가 쌓여있는 지금 ‘능력개발’이 갖는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박길상 노동부 차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