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흔히들 신의 영역이라고 한다. 그만큼 증시 예측은 어렵다는 얘기다. 증시가 예측불허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1700년대 기록적인 거품이 끝나고 주가가 폭락했던 영국 증시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나는 물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사람들의 미친 광기는 도저히 계산 못하겠다”며 고개를 내저었다고 한다. 1920년대 미국 증시의 거목 존 템플턴 역시 ‘이번만은 다르다’라는 말이야말로 투자자들에게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두 단어라며 증시 예측의 어려움은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투자자들의 욕망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동양에서는 음양오행을 비롯한 주역(周易)을, 서양에서는 점성술을 이용해 주가를 예측하려는 시도를 하는가 하면, 초승달은 저평가를, 보름달은 주가의 고평가를 유발하므로 초승달 때 사서 보름달 때 팔라는 다소 황당한 이론도 나오고 있다.
최근 원유가격의 움직임이 미래의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선행변수로서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한 재무학 학술지에 게재된 네덜란드 이라스머스대학의 벤 자콥슨 교수팀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주식 투자자들이 원유가격의 등락에 따른 투자전략을 사용했다면 주가지수에 대한 단순투자(Buy & Hold Strategy)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논문의 기본이론은 원유가격과 주가는 시차를 두고 상반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상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만일 전달의 유가 상승률이 5% 미만이면 주가지수에 투자하고 그렇지 않으면 단기국채에 투자하는 단순한 모델을 사용했다.
결과는 거래비용 등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원유가격을 이용한 모델이 주가지수보다 연평균 4%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동시에 수익률의 변동성은 30%나 감소했다. 또 연구팀은 같은 모델을 45개국 이상의 주식시장에 적용시켜 보았으며 그 중 한국을 포함한 30여개국 이상의 주식시장에서 통계적으로 매우 신뢰도가 높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필자는 같은 이론을 지난 20년간의 미국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지수에 적용해 보았다. 논문의 모델을 보다 단순화시켜 단지 전달의 유가 등락에 따라 주가지수(유가가 하락했을 경우)와 미국의 단기채권(유가가 상승했을 경우)에 투자하는 전략을 시험해본 결과 거래비용을 감안했을 경우 시험된 모델의 연평균 수익률은 주가지수보다 3.5% 향상됐으며 변동률은 25% 이상 하락된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모델이 제시하는 방향과 주가가 일치되게 움직인 경우는 전체 기간의 불과 52%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모델의 방향제시가 틀렸을 경우의 손실이 그렇지 않을 경우에 얻게 되는 이득보다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지난 9월의 국제 원유가는 6% 이상 하락했으며 그 다음달의 미국 주가지수는 5% 이상 상승했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세계 각국의 금융추이, 즉 각국의 경기, 산업, 기업환경, 경제정책이 비슷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경제 분석가들에게 주식시장 예측의 주요 초점은 그 나라의 실물경기 전망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물경기 전망을 좌우하는 핵심이 국제 유가의 움직임이다.
각국의 실물경기는 현재 전세계가 한묶음으로 엮어져 있다. 뉴욕 상품거래소나 런던 국제석유시장 등지에서 원유 현물이나 선물을 거래하는 시장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이처럼 한묶음으로 엮어진 국제 금융자본이다. 따라서 주가를 예측할 때 필수적인 실물경기에 대한 전망은 개별 국가의 관점이 아닌 세계 경제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 증가폭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소식으로 인해 국제 원유가가 급등하여 배럴당 30달러대로 올라섰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의 경우 수출입 실적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활동이 원유 가격에 대해 그 어느 나라보다 민감하게 움직인다. 따라서 국내 경기나 주가를 예측하는데 있어 유가의 선행변수로서의 기능이 보다 중시되어야 한다.
/정삼영 미국 롱아일랜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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