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편익을 위해 시작된 이동통신 서비스가 오히려 이용자의 목을 죄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요즘 이동통신시장을 들여다보면 취약한 국제자동로밍 서비스, 선불폰(대포폰), 휴대폰 불법복제, 번호거래사기 등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이통시장의 허점을 범죄자들이 조직적으로 악용, 선량한 고객을 괴롭히는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허점투성이 서비스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데도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해당 이통사는 쉬쉬하면서 사실을 감추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이통 소비자들은 소관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따가운 질책을 쏟아내고 있다.
◇불안한 국제자동로밍 서비스=해외출장이 잦은 고객을 위해 선보인 국제자동로밍 서비스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유형도 해외 휴대폰 분실, 명의도용, 과다한 요금청구 등 이통사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특히 해외에서 휴대폰을 분실할 경우 소비자 피해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나 미국 등에서 국제자동로밍폰을 잃어버린 뒤 현지 습득자가 불법통화를 해 거액의 통화요금이 청구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달뒤 청구서를 받아보고 불법통화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일 뿐이다.
아예 국제자동로밍폰을 분실한 것처럼 위장한 뒤 해외 유통업자에게 돈을 받고 휴대폰을 넘겨주는 형태의 악용도 우려된다. 국내외에서 타인 명의로 휴대폰 서비스에 가입한 뒤 외국에 팔아넘길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9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 YMCA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에는 50여건의 휴대폰 명의도용 사례가 접수돼 타인명의 도용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국제자동로밍을 이용하다 단말기를 분실할 경우 곧바로 자동로밍 고객센터로 신고해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고객에 대해서는 요금보상에 대한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대포폰’ 범죄에 악용=‘대포폰’, ‘대포통장’, ‘대포차’ 등 ‘대포’로 시작되는 물건들이 잇따라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 모두 소유주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게 특징이다.
특히 선불형 휴대폰인 ‘대포폰’은 일정 금액의 요금을 지불하면 누구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타인에게 대가를 받고 팔 수도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LG텔레콤, KTF, SK텔레콤 등 이통사가 유통한 87만대의 대포폰 중 상당수가 소재파악조차 되지않고 있으며 일부는 불법체류자, 지명수배자, 범죄자, 외국인 등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대포폰을 이용한 범죄가 너무 많아 집계조차 못하고 있으며 신원을 파악하기 힘들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며 “사기, 불륜, 공갈협박 등 다양한 범죄에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복제, 5분이면 뚝딱=휴대폰 불법복제는 주로 신용불량자, 불법체류자 등을 중심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일반인들도 휴대폰을 복제해 상황에 따라 번갈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다행히 정통부는 이같은 휴대폰 불법복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연말부터 중앙전파관리소 소속 특별 사법경찰관 80여명을 동원해 집중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불법 휴대폰 판매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판단, 상시 단속체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휴대폰번호 판매사기 극성=주부 김모씨는 이달초 ‘휴대폰 번호’를 하나 구입하려다 돈만 날렸다. 김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평소 갖고 싶었던 ‘골드번호’를 급매한다는 공고를 봤다.
내년 1월부터 010 번호통합이 시작되면 011, 017, 016, 019 등에 새로 가입할 수 없어 마지막 기회라는 말에 솔깃해 10만원을 입금시켰다.
그러나 김씨는 연락을 주기로 한 날짜가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자신이 속은 것을 알았다.
/hwyang@fnnews 양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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