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말로 예정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지휘 오자와 세이지)이 새삼 화제다. 35만원(R석)에 이르는 고가의 티켓 값 때문이다.
35만원짜리 공연 티켓이 결코 싼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클래식 공연 역대 최고가는 아니다. 지금까지 국내에 올려진 클래식 공연 중 가장 비싼 입장료를 받은 경우는 지난 9월18∼20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오페라 ‘아이다’였다. 이탈리아 파르마왕립극장이 참여한 이 공연은 운동장에 G·R·VIP석을 따로 마련, 30만∼60만원에 팔았다.
지난 5월8∼1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된 장이모 연출의 ‘투란도트’는 최고가가 50만원(VIP석)이었다. 이 공연 역시 무대에 가까운 그라운드석에서 공연을 즐기려면 최소한 30만원(R석)은 투자해야 했다. 당시 이들 고가 티켓은 어버이날 등과 겹쳐 선물용으로, 또 각 기업의 접대용 상품으로 적지않은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운동장에서 열린 이벤트성 오페라 공연에 비하면 이번 빈필 내한공연의 티켓 값은 그다지 비싸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비교 대상을 교향악단으로 좁히면 이번에 책정된 35만원은 역대 최고기록이다. 빈필이 지난 3월31일∼4월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내한공연을 가졌을 땐 각각 30만원과 18만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올해 내한공연을 가졌던 정명훈의 도쿄 필하모닉(15만원),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서울시향(15만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14만원), 새무얼 웡의 홍콩 필하모닉(12만원) 등과 비교해도 싼 가격은 아니다.
그렇다면 클래식 공연 티켓값의 적정선은 과연 얼마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한 음악평론가는 “같은 연주단체라도 언제, 어디서 공연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면서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의외로 좋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에 따르면 세계 3대 오케스트라의 하나인 빈필은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2004 신년음악회 350유로(약 45만원)를 시작으로 지난 10월 일본 도쿄 공연 3만1000엔(약 30만원), 내년 초 열릴 예정인 미국 뉴욕 공연 165달러(약 20만원), 지난 9월 열린 아일랜드 공연 125유로(약 17만원) 등 다양한 가격대를 보였다. 음악회의 성격이나 각국의 경제수준, 물가 등을 감안해도 이번에 책정된 35만원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인 셈이다.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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