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알쏭달쏭 약이야기] 항암제와 부작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2.09 10:45

수정 2014.11.07 21:22


암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항암제(항암화학요법)는 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우리 몸속에서 빠르게 증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항암제는 바로 그러한 암세포를 겨냥해 파괴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런데 우리 몸속에는 암세포가 아닌데도 빠르게 증식하는 세포들이 있다. 골수나 소화관, 모낭, 생식기관 등과 같은 정상조직이 그것이다. 이런 조직들은 암세포가 아닌데도 암세포로 오인돼 항암제의 공격을 받는다.

그렇게 해서 정상세포가 손상을 입고 그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토, 구역질(메스꺼움), 설사, 식욕부진, 피로감, 탈모 등과 같은 증상들이다.

이 중에서도 구역질과 구토 등은 대부분의 항암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항암제가 위에 영향을 주거나 구토를 관장하는 뇌의 특정부위를 자극해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은 비교적 양호한 편에 속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신적인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주사제나 경구제(먹는약)로 투여하는 항암제가 혈류를 따라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들은 항암제의 종류나 환자의 체질, 건강 상태, 식습관 등에 따라 각기 다르다.

물론, 지금까지 개발된 항암제들은 수많은 임상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안전성을 인정받았지만, 새로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예단할 수 없다.

매번 같은 항암제를 복용하는 환자인데도 치료 때마다 다른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마치 100년 이상 사용해 온 아스피린이 또다른 어떤 형태의 약효나 부작용이 나타날지 아직까지 다 밝혀지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일례로 난치성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절대 ‘완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약물로 인한 부작용 중에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회복되는 가벼운 것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복병처럼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대부분의 항암치료는 질환의 종류에 관계없이 치료과정의 환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긴다. 때론 의식을 잃어버릴 만큼 극도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환자들은 한순간이라도 통증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말기 암환자들이 이런 경우다. 이를 견디지 못하면 끝내 세상을 등지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암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앞서도 밝혔듯이 항암제는 최후의 보루다. 의사나 환자 모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할 때 쓰는 마지막 수단이다.

따라서 암과 투병하는 환자는 무엇보다 ‘암세포와의 싸움에서 내가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주변 사람들 또한 환자에게 그런 희망을 불어 넣어주어야 한다.

항암제란 환자가 그러한 의지를 가지고 암세포 또는 그 부작용과 싸울 때 환자의 편에서 지원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글리벡(백혈병치료제)처럼 암세포만을 선별해 공격하는 치료제도 나와 있다. 또 외국에서는 마이크로 칩 제조기술인 나노기술을 이용해 암세포만을 제거하는 치료법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이런 치료법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더 많은 실증적 실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또 암의 종류나 암세포의 전이 정도에 따라 치료에 미치는 효과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거의 매일같이 쏟아지는 이런 뉴스들에 기대기에는 암환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짧은 것이 현실이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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